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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C/멜빈캐럴] 캘버리를 향해 걷는 100시간

 

 
캘버리를 향해 걷는 100시간
 
:#
 
칙—
 
치직, 칙.
 
아아, 아.
 
연합정부 소속 안전지대에서, 이 방송을 듣고 있을 생존자 여러분에게 알립니다.
 
여러분은, 파이로젠 바이러스, 통칭 좀비 바이러스로부터 생존한, 인류의 희망입니다.
 
아시다시피 아직까지 좀비 바이러스에 대한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상황이므로
 
생존자 여러분은 아직 좀비가 되지 않은 ‘감염자’를 보실 경우 속히 처단해 주십시오.
 
지금 여러분이 듣고 있을 곳에서 가장 가까운 안전 지대는 캘버리 교도소에 위치해 있습니다.
 
좀비의 특성을 감안해 생존자 여러분은 최대한 해가 지고 움직여 주십시오.
 
낮에 움직이는것은 위험합니다.
 
그곳의 좌표는 xxx.xxx.xxx. 다시한번 반복합니다.
 
생존자 여러분은 캘버리의 안전지대로 와주십시오.
 
그곳의 좌표는...…
 
뚝.
 
당신은 몇번도 더 들은 라디오의 방송을 끄고, 주변을 돌아보았습니다.
 
오늘 쉬어가기로 한 폐공장의 창고 한 구석은 어둑합니다.
 
유일한 광원인 벽 꼭대기에 위치한 환풍구에서 정오의 햇빛이 비치고, 당신의 옆에선 캐럴이 고단한 얼굴로 잠들어 있습니다.
 
…..
 
2021년.
 
세계 곳곳의 사람들이 동일한 질병 증세를 보였습니다.
 
곧 학자들에 의해 이 질병이 전례없는 바이러스 감염이 원인임을 알아냈고, 파이로젠 바이러스라 명명되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과 미디어는 이 바이러스를 좀비 바이러스라고 불렀고, 최초 감염자가 발생한 시점부터 이를 좀비 사태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인류는 곧 좀비들에게 몇가지 특징을 발견했습니다.
 
첫째. 바이러스는 체액으로 전파되며 대표적인 감염경로는 좀비에게 물리는 것이다.
 
둘째.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은 24시간안에 좀비로 변한다. 그 증거로 완전히 좀비가 된다면 눈동자의 동공이 희뿌옇게 탁해진다.
 
셋째. 좀비는 시력이 퇴화하지만 청력이 발달해, 빛이 없는 밤에는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 바이러스는 곧 전 지구를 장악했고
 
인류의 70%이상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며 전 세계가 혼란에 휩싸였습니다.
 
정부는 힘을 잃고, 집단 자살이 성행했으며 많은 사람들이 인류의 멸망을 이야기 했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인간은 생존할 길을 찾기 마련입니다.
 
좀비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연합정부가 설립되었고, 이 기관은 생존자들을 위한 ‘안전지대’를 만들었습니다.
 
오늘은 좀비사태가 발발한지 일년 7개월 12일째.
 
당신과 캐럴은 이 절망적인 세상속에서 서로를 의지해가며 안전지대로 향하는 여정을 계속해오고 있습니다.
 
당신은 잠든 캐럴의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의 상태가 좀 이상합니다.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알아들을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고 있습니다.
 
멜빈 리히터 :(오랫동안 환풍구를 멀거니 바라보고 있었다. 최근, 이렇게 넋을 놓고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괴로워 보이는 캐럴의 목소리에 겨우 정신을 다잡을 수 있었다. 걱정이 든다. 마찬가지로 인상을 조금 찌푸리고 가까이 살폈다. 얼굴을 더욱 들여다 보고, 잠꼬대를 듣는다.)
 
:듣기 판정
 
멜빈 리히터 :
듣기
기준치: 25/12/5
굴림: 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당신은 캐럴이 중얼거리는 말을 주의깊게 들어보았습니다.
 
캐럴 맥고윈:...약속해야해, 반드시…
 
뭘 약속한다는 걸까요, 캐럴의 표정은 마치 악몽이라도 꾸는 것 같습니다.
 
멜빈 리히터 :(함부로 깨우지는 않았다. 그가 충분히 잘 수 있길 바랐으므로. 깨우지 않으면서 제 존재를 알릴 방법을 떠올리다, 손을 잡을까 고민했다. 캐럴의 손 위로 닿을 듯이 손을 뻗었지만 잡지는 않는다. 한참 고민하다 다시 손을 내린다. 차마 건드리지 못했다. 벗어두었던 외투를 캐럴의 위에 모포처럼 덮어 준다.)
 
캐럴 맥고윈:(악몽을 꾸는 듯 인상을 찌푸리고 있다가 외투가 덮이자 조금 놀라면서 눈을 뜨고는 네 쪽을 한 번, 외투를 한 번 보더니 옆에 네가 있는 것에 안심한 듯 길게 숨을 내쉬며 천천히 일어난다.) 너무... 오래 잔 거 같아. 지금 몇 시지.
 
멜빈 리히터 :(정확한 시간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손목시계를 보면 알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지금 시간은 아침 11시 48분, 곧 정오가 될 시간이네요.
 
멜빈 리히터 :곧 정오가 될 거야. 날이 밝아. 한참 더 자도 돼.
(섣부르게 자신이 깨어 있다고 말했다가는 남다르게 성숙한 아이가 책임감을 느낄까 봐, 바깥은 저가 경계하겠다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힐끔 눈을 굴려 폐공장의 출입구들을 살핀다. 주의할 생각으로.)
 
캐럴 맥고윈:(방금까지의 악몽이 생생하게 느껴져 고개를 흔들어 다른 생각을 지우려고 한다. 시간을 듣고는 작게 한숨을 쉬고는 일어나서 앉으며 네 외투의 먼지를 털어서 돌려준다.) 나도 푹 잤어... 이제부터는 내가 보초를 설게, 오빠도 조금 자.
 
멜빈 리히터 :난 본래 그렇게 많이 자지 않는 거 알면서…. (결국 우려했던 대로 일어나는구나. 신경 쓰이는 기분이 너무 드러나지 않도록 의식적으로 표정을 고쳤다. 캐럴에게 더 잠들어 있으라고 권하지는 않는다. 한숨 소리가 신경에 긁힌다.) 나쁜 꿈을 꿨어?
 
캐럴 맥고윈:그래도... 피곤할 거 같아서. (한 사람이 자면 다른 사람은 못 자는 것이 당연하기에 걱정어린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고개를 조금 숙이곤 제 손가락끼리 이리저리 얽다가 작게 말한다.) 악몽을 꾼 거 같았는데, 기억은 잘 안 나.
 
멜빈 리히터 :안 괜찮아 보이더라고. 꿈일 뿐이니까… 너무 신경쓰지 마.
해가 지려면 아직 멀었어. 이따가 또 잠이 오면 교대하자.
 
캐럴 맥고윈:응, 고마워... (조금씩 안정되어 가는 기분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한참을 침묵을 유지하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나한텐... 모두가 소중해, 물론 오빠도...
 
멜빈 리히터 :(마침 캐럴과 눈이 마주치지 않은 채였다. 계속해서 시선을 바닥에 둔 채로 너무 늦지 않게 답한다. 전할 수 있는 건 바로 들었다는 긍정뿐이다.) 응.
 
캐럴 맥고윈:(무언가 더 말을 하려 입을 벌렸지만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몰랐기에 다시 눈을 감고는 밖으로 시선을 두었다.) 갑자기 이런 말해서 미안해, 피곤하겠어. 눈 좀 붙여.
 
멜빈 리히터 :(뭔가 더 괜찮은 대답이 있었을까. 곤란하게 했다 싶어서 당황한다. 입술만 몇 번 달싹거린다.) 캐럴, 넌. 그러니까….
뭐가 됐든, 언제든 내게 미안할 필요 없어. 기억해 줘.
그럼… 무슨 일이 있으면 꼭 깨워 줘.
(잠이 올 지는 의문이었으나 시간이 나는 대로 잠드는 게 컨디션이 도움이 된다면, 잠들어야 했다. 불면을 방치하기엔 그럴 수 있는 세상이 아니었으니까. 외투를 다시 챙겨 입고 먼지가 덜한 자리에 몸을 기대어 앉았다.)
 
캐럴 맥고윈:(무슨 말을 해야할까, 어떤 대답을 하면 좋을까를 고민하다가 타이밍을 놓칠 거 같아 조급 급하게 말을 했다.) 고, 고마워...
 
여정의 피로 때문일까요.
 
당신은 금세 잠에 들었습니다.
 
6월 8일 7pm
 
누군가의 조심스러운 손길이 느껴집니다.
 
그 손길에 눈을 뜨자 보이는 환풍구 너머의 하늘은 뉘엿하게 해가 지고 있습니다.
 
곧 좀비들은 활동을 멈출 테지요.
 
멜빈 리히터 :(잠에서 깨자마자 캐럴을 찾는다. 가까이 있는 손의 주인이 캐럴라인이겠지. 느리지만 분명하게 그 손을 잡는다. 잠 기운에 벌인 일이었다. 몸을 일으킨다. 시간을 확인했다.)
 
캐럴 맥고윈:(조심스럽게 깨우곤 간단하게 먹을 것을 챙기려다 네 행동에 조금 놀란 듯이 바라보곤 손을 빼내지 않고 마주잡고는 밖을 바라보며 이야기 한다.) 슬슬 일어나야 할 거 같아서.
 
멜빈 리히터 :(천천히 캐럴을 놓아 준다.) 생각보다… 오래 잤네. 낮잠 자는 습관은 사라졌다고 생각했는데.
특별한 건 없었지? (곧장 밖을 나설 채비를 했다. 자던 자리 근처에 놓아 둔 각재를 찾아 쥐었다. 오래되어 조만간 썩을 것 같은 상태였지만, 아직은 쓸 만 했다.)
 
캐럴 맥고윈:잘 자는 거 같길래. (손을 한 번 물끄럼 바라보다가 가방에서 걸어가면서도 먹을 수 있는 작은 에너지바를 꺼내서 네게 주곤 자리에서 일어난다.) 응, 아무 일도 없었어.
 
멜빈 리히터 :(에너지 바를 받는다. 배고프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지만, 공복인 건 알 수 있었다. 바로 뜯어서 한 입 베어 물었다. 목 뒤로 넘기고서야 다시 말을 꺼낸다.) 음식은 얼마나 남았어?
 
캐럴 맥고윈:아껴서 먹으면 도착할 때까진 문제없을 거 같아. (그 말에 가방 안을 보며 남은 음식과 거리를 계산해본 뒤에 자신도 입에 하나를 물며 나갈 준비를 끝냈다.)
 
멜빈 리히터 :(앞장 서겠다고 눈짓한 다음, 폐공장의 출입구로 향한다. 문을 잡고 민다. 의미 없을 계산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가는 길을 한 번 더 짐작해 본다.)
 
캐럴 맥고윈:(가방을 다시 달 챙긴 뒤에 나갔을 때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 입에 있던 것을 마저 오물거려서 삼키곤 네 뒤를 따라서 간다.)
 
어둠이 깔리고 달빛이 내려앉고, 넓은 공장 부지는 황량하기 그지없습니다.
 
이따금 이 공장 유니폼으로 추정되는 옷을 입은 좀비들이 앞을 보지 못한 채 목적없이 배회하는 것이 보입니다.
 
당신과 캐럴은 숨을 죽인채 살금살금, 폐공장지대를 빠져나옵니다.
 
:행운 판정
 
멜빈 리히터 :
행운
기준치: 75/37/15
굴림: 84
판정결과: 실패
 
당신이 한 발을 내딛으려는 순간, 턱, 하고 캐럴이 당신의 앞길을 가로막습니다.
 
캐럴의 손짓에따라 땅바닥을 내려다보니 당신의 발 아래에 빈 과자봉지가 널부러져 있습니다.
 
멜빈 리히터 :(말 대신, 고맙다는 시선을 보낸다. 과자 봉지를 피해서 걷는다. 죽은 이들을 경계하며 계속 움직인다.)
 
캐럴 맥고윈:(밟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대충 끄덕인 뒤에 계속 밖으로 나아간다.)
 
당신과 캐럴은 지도를 보고, 언제나와 같은, 긴 여정길을 걷습니다.
 
뻥 뜷린 흙길과 초원은 이따금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를 제외하고는 고요합니다.
 
오늘은 달이 밝아 다른 조명 없이도 길이 잘 보입니다.
 
멜빈 리히터 :(어두운 시간에 길을 찾는 것이 익숙해질 때도 되었다. 달이 밝은 게 마냥 반갑지는 않았다. 이 빛이 우리의 앞만 비추는 것은 아닐 테니. 이 시간이면 말 소리조차 내지 않고는 했다. 오늘도 그랬다. 계속해서 걷는다.)
 
캐럴 맥고윈:(이 시간대면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꼭 필요한 말이 아니면 침묵을 유지하는 게 기본이 되고는 했었다. 그렇게 풀들이 흔들리는 소리를 들으며 얼마나 걸었을까, 마침 생각났단 듯이 말한다.) 안전지대를 향하는 길목에 마을이 하나 나와.
 
멜빈 리히터 :마을이면… 감염자들이 많을 텐데,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캐럴 맥고윈:도중에.. 있을만한 곳은 따로 없으니까, 잠시 쉬어가는 것도 좋을 거 같아. 도로에서 동이 트면 곤란하니까...
 
멜빈 리히터 :그렇게 하자. 몸을 숨길 곳이 있는 쪽이 좋지. (목적지인 캘버리 교도소 방향을 바라본다. 도착까지는, 한참이구나.)
 
캐럴 맥고윈:(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하고는 교도소의 방향을 한 번 바라보다가 팔을 뻗어 마을 간판이 있는 곳을 가리킨다.) 일단 마을까지는 다 온 거 같아.
 
당신들이 걷는 도로가 흙길에서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로 바뀌고난 얼마 후
 
[이스트 베일에 어서 오세요], 라고 적힌 핏자국이 말라 붙어잇는 간판이 새벽어스름너머로 보입니다.
 
멜빈 리히터 :(핏자국을 들여다 본다. 언제쯤 생겼을까. 누가 이런 곳에서 피를 흘렸을까. 간판 아래도 형식적으로 훑는다. 날이 다시 밝아지고 있으니 서둘러야겠지. 좀 더 급히 걷는다.)
 
캐럴 맥고윈:쉬어갈 곳... 빨리 찾아야겠네. (금방 동이 틀 거 같은 모습에 핏자국이 묻어있는 간판을 애써 무시하고 마을 안으로 들어선다.)
 
당신과 캐럴은 마을안으로 들어왔습니다.
 
한때 주민들이 살았을 마을의 거리는 을씨년스럽게 텅 비어있습니다.
 
이젠 사람이 살지 않을 빈 주택들이 일렬로 세워져 있고
 
거리에는 드문드문 보이는 형체를 알수 없는 시체덩어리들과 쓰레기들이 널려있습니다.
 
당신과 캐럴은 이따금 보이는 좀비들을 피해 거리들을 걷다, 주변에 좀비들이 없는 집 한 채를 발견합니다.
 
저 집이라면 좀비들과 싸우지 않아도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멜빈 리히터 :(감염자들에게 들키지 않으려 주의를 쏟았다. 언제든 캐럴라인을 도울 수 있도록 항상 동선에 신경을 썼다. 너무 노골적으로 보호하지는 않았다. 부담스러워하지 않길 바랐으므로. 집의 입구에 다가 섰다. 창문과 문을 살핀다.)
 
캐럴 맥고윈:(어떤 게 어디에서 튀어나와도 언제든 빠르게 반응할 수 있게 민감하게 주위를 살펴보며 밖에서 주택을 한 번 살피다가 안에 아무런 기척도 느껴지지 않는 거 같이 보이자 어떻게 할 거냐는 듯이 네 쪽을 바라봤다.)
 
안에선 아무런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고, 생존자들이 다녀갔는지 엉망으로 어질러진 내부가 보이네요.
 
멜빈 리히터 :(귀를 기울인다. 특별한 소리도 들리지 않을까?)
 
별다른 소리도 들리지 않는 거 같습니다.
 
멜빈 리히터 :(이번에도 제가 앞장 섰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 서려고 해본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평범한 단독주택의 가정집 안은 이미 생존자들이 다녀갔는지 엉망으로 어질러져 있습니다.
 
집안을 둘러보니 거실이었을 공간에 널부러진 [도끼]와 세개의 방, 그리고 [주방] 이 보입니다.
 
캐럴 맥고윈:(네 뒤를 따라서 들어가며 안으로 들어오자 밖에서 뭔가 들어오지 못하게 문을 일단 닫아둔다.)
 
멜빈 리히터 :(캐럴이 잘 뒤따라 왔는지 확인하려고 뒤를 돌아 본다. 문을 닫는 모습을 확인하고 나서는 다시 내부를 살피기 시작한다. 도끼를 주워 들었다. 쓸 만할까?)
 
꽤나 큼직한 손도끼 입니다.
 
평소라면 나무를 다듬는 데나 쓰였겠지만 세상이 망해버린 지금은 그 쓰임새가 좀 달랐겠지요.
 
도끼날과 손잡이엔 핏자국이 검붉게 말라붙어 있습니다.
 
꽤 쓸만한 거 같아요.
 
캐럴 맥고윈:(밖에 무언가 있나 경계하기 위해서 창밖을 한 번 보고는 아무 것도 없는 것이 보이자 이제야 조금 긴장을 놓으며 내부를 살핀다.)
 
멜빈 리히터 :(이제껏 써 왔던 목각보다는 이게 훨씬 낫겠어. 그런 생각에 허리춤에 차고 있던 목각을 도끼가 있던 자리에 내려놓는다. 도끼를 왼손에 든 채로 방문들을 살폈다. 닫혀 있나?)
 
방들의 문은 전부 닫혀있네요.
 
캐럴 맥고윈:(도끼를 한 번 보고는 들고 다니면 안 그래도 자신 때문에 더 예민하게 지내는 것을 알기에 네가 힘들지 않을까 잠시 생각하며 네 옆으로 가서 작게 말한다.) 그거, 내가 들까...?
 
멜빈 리히터 :(목각을 다시 주워들었다. 그의 말에 일리가 있었다. 더 쓸 만한 무기는 다치지 않았으면 하는 사람이 들고 있는 게 좋을 것이다. 도끼를 건네 준다. 조금 떨어져 있으라고 손짓한 후, 가장 가까이 있던 문을 두드려 본다.)
 
캐럴 맥고윈:(손에 들어보이 은근히 무거운 느낌에 걷다가 보면 지칠 거 같음을 느껴 자신이 받길 잘했다고 생각을 하며 손에 꼭 쥐면서 방문을 바라본다.)
 
안에선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네요.
 
멜빈 리히터 :(문을 열어 안을 살폈다. 어떤 방인가?)
 
이 방은 서재로 쓰던 방인 모양입니다.
 
한쪽 벽면을 [책장]이 차지하고 있고, 그 반대편인 [책상]이 놓여있는 아담한 구조입니다.
 
멜빈 리히터 :(생각보다 괜찮은 은신처를 찾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것도 없는 폐공장보다는 이곳이 시간을 보내기 괜찮겠지. 우선은 이곳이 안전한지를 파악할 생각이었기에 두 번째 방문을 노크했다.)
 
두 번째 방에서는 기괴한 울음소리가 문틈 사이로 새어나옵니다.
 
캐럴 맥고윈:(주위를 둘러보다가 오늘은 그 공장 보다는 안전하겠구나 생각하면서 가만히 방을 둘러보고 있는다.)
 
멜빈 리히터 :(감염자의 소리일까? 그것을 제압할 생각으로 무기를 든다. 감염자라면 안에 둔 채로 이곳에서 지낼 수는 없을 것이다.)
 
안에서 소리를 내는 것들은 문을 열기까지 하지는 못하는지, 소리만 내고 있습니다.
 
멜빈 리히터 :(세 번째 방문을 두드려본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네요.
 
멜빈 리히터 :(세 번째 방을 열어 본다. 문은 안쪽으로 밀려 열리는 구조인가요, 바깥으로 당겨 여는 구조인가요?)
 
안쪽으로 밀려 열리는 구조네요.
 
다른 방보다 비교적 깔끔한 이 방은 침실입니다.
 
옷가지가 거의 남아있지 않은 옷장과, 킹사이즈의 침대가 놓여 있습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침대에서 잘 수 있겠어요.
 
멜빈 리히터 :(주방을 대략적으로 살핀다.)
 
냉장고는 텅 비어있고, 검게 변한 핏자국으로 더러워진 식탁과 조리대 위에는 식칼과 쇠톱이 놓여 있습니다.
 
쇠톱의 날 사이사이에는 정체를 알수 없는 살점들이 굳은 피와 엉겨 붙어있습니다.
 
주방 구석에 놓인 큼직한 검은 쓰레기통에선 악취가 풍겨오네요.
 
멜빈 리히터 :(이곳의 창문은 어떤 구조인가요? 유리로 되어 있나요?)
 
유리로 되어있는 작은 창문이네요.
 
밖에서의 침입은 걱정하지 않아도 좋을 거 같습니다.
 
캐럴 맥고윈:(이리저리 둘러보다가 네가 있는 주방까지 가서 말한다.) 두 번째 방만 빼면 안전할 거 같아.
 
멜빈 리히터 :(쓰레기통에는 일부러 아직 시선을 두지 않았다. 쇠톱은 움직이는 상대에게 쓰기에는 부적절한 무기였다. 식칼을 살핀다. 어떤 상태인가?)
 
조금 녹이 쓸긴 했지만 아직 쓸만한 상태인 거 같네요.
 
멜빈 리히터 :지금은 해가 완전히 지지 않았으니까… 깊은 밤에, 감염자를 어떻게… 위험하지 않게 하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해? 단순히 문 앞에 물건을 가져다가 막아두고 경계해도 되고.
 
캐럴 맥고윈:(괜히 싸우다가 네가 다치면 곤란했고 그런 결과는 원하지 않았기에 고민하다가 말한다.) 으음... 문을 열고 나오지는 않는 거 같으니까... 막아두고 자도 될 거 같아. 침실도 문이 잠기는 거 같았어.
 
멜빈 리히터 :그러자. 바로 가까운 곳에 두고 잠든다는 게 마음에 걸렸어. (바로 그의 의견에 순응한다. 식칼을 쥔 채로 쇠톱을 포함한 조리대 위를 꼼꼼히 살폈다.) 여기서 안 좋은 일이 있었던 모양이야. 괜찮다면 내가 볼게.
 
캐럴 맥고윈:응... (자긴도 그게 마음에 걸리기야 하지만 최대한 안전하게 가는 게 맞으니까, 그렇게 생각하곤 침실 쪽으로 간다.) 그럼 침실 쓸 수 있게 조금 치워두고 올게.
 
아마, 고기... 그러니까, 조금 큰 고기를 썰었던 흔적일 거 같습니다.
 
더 볼것은 없을 거 같군요.
 
멜빈 리히터 :(살점의 상태는 어떤가요? 오래되었나요? 쓰레기통도 살펴 본다.)
 
꽤 오래된 상태인 거 같네요.
 
쓰레기통은 날파리가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멜빈 리히터 :(식칼 대신 쇠톱을 들고, 쇠톱의 끝으로 안쪽을 뒤적거렸다. 고기의 정체가 무엇인지 짐작하기 위해서였다.)
 
그 안에는 썩어 문드러지고 있는 고깃덩이들, 뼛조각들, 그리고 시체를 파먹는 구더기들이 보입니다.
 
멜빈 리히터 :(어떤 동물의 사체인지 짐작할 수 있나요?)
 
관찰 혹은 의료 판정으로 알아볼 수 있을 거 같군요.
 
멜빈 리히터 :
관찰력
기준치: 50/25/10
굴림: 65
판정결과: 실패
 
구더기 때문인지 알기에 쉽지 않군요.
 
멜빈 리히터 :(이 고깃덩이들이 생전에 무엇이었든 새삼스럽게 끔찍하게 여길 건 없겠지. 그런 생각으로 뒤집어 보기를 그만 두었다. 쇠톱은 본래 있던 자리에 되돌려 놓았다. 주방에 쓰레기통을 덮을 만한 것이 있는지 찾는다. 그냥 방치하기에는 악취가 났으니 지내는 동안이라도 덜하길 바랐다.)
 
적당한 나무판으로 뚜껑을 덮었습니다.
 
멜빈 리히터 :주방에는 쓸 만한 것도 없고 악취의 원인뿐이야. 안 보는 게 식욕에 좋을 거야. (침실에 있을 캐럴의 인영을 확인한 후, 저는 서재로 향했다. 솔직하게 가장 호기심이 들었던 곳이었다. 책을 안 읽은 지 얼마나 되었더라. 책장을 올려다본다.)
 
캐럴 맥고윈:(최대한 오늘 머무는 것에 문제가 없도록 침실을 정리하고 있다가 네 목소리가 들리자 대답한다.) 먹을 거 같은 건 다들 챙겨가기 바쁘니까...
 
책을 보고 도로 꽂아놓지 않아 드문드문 책장이 비어있습니다.
 
책들은 주로 생물학에 관한 책인걸 보아 집에 살던 사람의 전공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당신은 책꽃이를 돌아보던 와중 그중 반쯤 덜 꽃힌 책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감염에 관하여’ , ‘정신이상 행동론’ 등...이런 책은 왜 읽은 걸까요?
 
멜빈 리히터 :(저로서는 문학보다 반가운 분야였다. 제 전공이 아닌 건 아쉽지만, 그런 것까지 따질 여유가 있었던가. 깨어 있는 동안에 몇 권 읽을 생각이었다. 너무 욕심을 부리지 않아야겠지. 신중하게 눈에 띈 책을 몇 권 뽑아 옆구리에 끼워 둔다.)
(책상으로 향했다. 여기서 앉아서 읽으면 좋을 것 같기도 하고.)
 
한쪽 벽에 딸려있는 작은 책상 위에는 작은 보라색 향초와 [메모패드], [액자]가 놓여 있습니다.
 
메모패드는 작성된지 꽤 오래 되었는지 먼지가 쌓여 있네요.
 
멜빈 리히터 :(액자에 시선을 둔다. 메모 패드의 먼지를 맨손으로 닦아내고 싶지는 않아서 그쪽은 잠시 미뤄두기로 한다.)
 
이 집에 살았을 가족들의 사진입니다.
 
사진 속에는 젊은 부부와 두 아이가 행복하게 웃고 있습니다.
 
이 사람들은 지금, 살아 있을까요?
 
멜빈 리히터 :(감상적인 사람은 아니어서 착잡한 기분이 들지는 않는다. 이 서재의 주인이었겠지. 부부 중 어느 쪽이 병리학계이고 어느 쪽이 심리학계인가 하는 잡념을 떠올리다가 치워둔다. 액자를 들어 별 의미 없이 위 아래를 살폈다가 다시 내려놓는다. 품에 두었던 책 중 한 권을 폈다. 첫 장을 확인한다.)
 
감염에 관한 학술적인 의학이 담겨져 있는 책입니다.
 
읽기에 나쁘지 않지만, 특별히 도움이 되는 내용은 없네요.
 
멜빈 리히터 :(읽었으므로 이제는 쓸모가 없을 첫 페이지와 두 번째 페이지를 찢어 구겼다. 양손에 든 종이로 메모 패드 위를 닦아낸다.)
 
낡은 메모패드에는 구겨진 종이뭉치들이 껴 있습니다.
 
전에 이 집에 살던 사람이 작성하였던 것 같네요.
 
종이뭉치 곳곳에는 피로 보이는 얼룩이 묻어 있습니다.
 
지료조사 or 관찰 판정
 
멜빈 리히터 :(우선 전체적으로 훑어 본다.)
자료조사
기준치: 55/27/11
굴림: 60
판정결과: 실패
 
이건, 이 집에 살던 생존자의 마지막 기록인 것 같습니다.
 
곳곳에 묻은 얼룩으로 읽기가 힘드네요.
 
당신은 그나마 멀쩡한 글씨들을 읽어 내려갑니다.
 
(첫째 장)
 
:— ———- ———안전지대가 좀비들에게 함락되었다는 소식이 ——- —— 새로운 안전지대에 ———— —— —— —-
 
(다음장)
 
:2000년—-—. —-바이러스에 감염—- —- — ——— —— — —- —격리하고 간호—- —- ——- ——— ———감염되어가는 과정을 —— ——
 
(다음장)
 
:수—— — —- ——- —바이러스 감염을 막을 순 없었다.
이단계. 바이러스에 감염된지 대략 ———- ——- —- 불안해하며 ——- ——- —- ——- 공격하려고 하는 폭력성———. ———발작 증상과 비슷하다.
—- —. 좀비로 변하기 대략 —— ——-전엔 — —— ——— —-피를 토한다.
(그 밑에) —— —- 한시간 전에 같은 증상을 보였다. —- ——- —
 
(다음장)
 
:—- ——방에 격리했지만 —- ——- ———- ——리고 말았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얼룩으로 읽을 수 없다)
 
(다음장)
 
:——- —— 관찰한 바 좀비는 감염자를 건드리지 ———. —— ————몰랐으면 좋았을 것을.
 
(다음장)
 
:….—- ——-아이들을 위해 —— —— 자신을 희생 —- —-— . 신이시여, 그 영혼을 구원하소서.
 
(다음장)
 
:— — 식량이 떨어졌다. — — — 줄 ‘식량’을 구하는 일도, 점점 어려워진다. 끝없이—-————.
 
(마지막장)
 
:더이상 — —-—. — —— 지막으로 나는 내 가족들에게 —- —— 했다. 누군가 나의 기록을 본다면 우리의 이름을 —- —— -바란다. 제시, 벨, 쟝, 카샤 리센.
 
멜빈 리히터 :(가벼운 일기이려니 싶었지만, 대략적으로 파악한 내용을 보았을 때 이대로 덮어 넘기기에는 신경 쓰이는 구석이 있었다. 눈을 가늘게 뜨고 몇 번씩 더 들여다본다. 그럼에도 쉽게 읽히지 않아서 일단 메모 패드도 챙겼다. 책 두 권과 메모 패드를 가진 채 침실에 들어 선다.) 여긴 좀 어때?
 
캐럴 맥고윈:나름... 쓸만한 거 같아. 침대도 푹신하고... 먼지가 꽤 있어서 많이 털어내긴 했지만. (침대 위에 앉아 있다가 네가 들어오자 일어난다.)
 
멜빈 리히터 :저 방에 갇혀 있는 사람은 감염자가 맞는 모양이야. 이곳에 있던 생존자의 일지인데….
난 도저히 못 읽겠어. (읽을 수 있겠냐는 듯이 건네 본다.)
 
캐럴 맥고윈:얼룩... 으음, 조금은. (받아서 한 번 보다가 얼룩이 꽤 묻어 있는 것을 보곤 손으로 한 번 닦아보려 해보며 한 번 읽어본다.)
가족이 감염이 돼서, 방에 격리를 시키고... 사람들을 식량으로 주다가... 식량이 떨어지니까, 스스로 먹힌 거 같아...
 
멜빈 리히터 :고마워. (다시 읽어 보겠다는 듯이 손을 내밀었다.)
소중한 사람이었나 봐. 가엾게도.
 
캐럴 맥고윈:응... 가족이니까. (읽다가 조금 침울한 표정으로 네게 돌려주고는 표정 관리가 안 되는 거 같아 다시침대로 올라가서 앉는다.)
 
멜빈 리히터 :(잠깐 마주한 캐럴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가족이라는 단어가 특히 마음에 걸렸던 걸까. 우리는 과거에 사랑하는 이를 잃었다. 캐럴과 저는, 그 사람을 공유하는 사이었으므로 덩달아 찜찍한 기분이 든다. 캐럴의 조언에 따라 메모 패드를 다시 한 번 읽어 보려고 한다. 강행 가능한가요?)
 
:시도해도 좋습니다.
 
캐럴 맥고윈:(가족이나, 희생이나 그런 글자들을 보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제 오빠의 생각에 침울해 지고 있었지만 뒤늦게 혼자가 아니니 너무 티내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결국 그냥 입을 다물고 있는다.)
 
멜빈 리히터 :
자료조사
기준치: 55/27/11
굴림: 5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캐럴이 알려준 것을 토대로 읽어보니 드디어 가려진 글자들이 보이는 거 같습니다.
 
(첫째 장)
 
:우리 가족이 향하려던 안전지대가 좀비들에게 함락되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 집에서 새로운 안전지대에 관한 소식이 들릴때까지 버티는 수 밖에 없다.
 
(다음장)
 
:20XX년 X월XX일. 제시가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 남편과 나는 차마 우리 아들을 내 손으로 죽일 수 없었기에 우리는 그 아이를 격리하고 간호하기로 하였다. 그러면서 나는 인간이 좀비에 감염되어가는 과정을 관찰할 수 있었다.
 
(다음장)
 
:일단계.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전신 근육통과 발열 증상을 보인다. 이때 해열제나 진통제가 증상을 완화하지만 바이러스 감염을 막을 순 없었다.
이단계. 바이러스에 감염된지 대략 12시간이 지나자 굉장히 불안해하며 온 몸을 떨었다. 다른 사람을 공격하려고 하는 폭력성도 보였다. 내가 아는, 발작 증상과 비슷하다.
삼단계. 좀비로 변하기 대략 두어시간 전엔 코와 입, 귀에서 피를 토한다.
(그 밑에) 벨은 한시간 전에 같은 증상을 보였다. 개인차가 있는 것 같다.
 
(다음장)
 
:제시를 방에 격리했지만 벨이 우리 몰래 제시를 보러 갔다, 제시에게 물리고 말았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얼룩으로 읽을 수 없다)
 
(다음장)
 
:제시와 벨을 관찰한 바 좀비는 감염자를 건드리지 않는다. 유용한 정보이지만 몰랐으면 좋았을 것을.
 
(다음장)
 
:….배고파하는 아이들을 위해 남편이 자신을 희생하기로 결심했다. 신이시여, 그 영혼을 구원하소서.
 
(다음장)
 
:내가 먹을 식량이 떨어졌다. 내 가족들에게 줄 ‘식량’을 구하는 일도, 점점 어려워진다. 끝없이 절망하게된다.
 
(마지막장)
 
:더이상 버틸 수 없다. 이 기록을 마지막으로 나는 내 가족들에게 돌아가기로 했다. 누군가 나의 기록을 본다면 우리의 이름을 기억해주길 바란다. 제시, 벨, 쟝, 카샤 리센.
 
멜빈 리히터 :(감염자를 관찰한 경험이 없었기에, 유용한 지식이었다. 이걸 실제로 보는 일이 없으면 좋을 텐데. 그렇게 생각하며 메모 패드를 침대 아래쪽에 내려놓는다.)
오랜만에 책을 읽을 수 있겠더라고.
 
캐럴 맥고윈:여기선 오랜만에 할 수 있는 게 많네. (조금 걸린다 싶더니 책을 읽고 있었구나 생각하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서재에서 의자를 가져가더니 두 번째 방 문고리 사이에 비스듬히 세워 놓는다.) 여기까지 오느라 힘들었을 거 같으니까 오늘은 오빠 먼저 자...
 
멜빈 리히터 :지난 낮에도 내가 한참 길게 잤던 것 같은데. 그래도 괜찮겠어?
 
캐럴 맥고윈:응... 별로 피곤하지 않아서. 잠도 안 오기도 하고... 오늘은 내가 먼저 보초 설게.
 
멜빈 리히터 :(겸사 겸사 책을 읽고 싶었던 탓에 이번에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조금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읽으려고 가지고 왔던 책도 침대 옆에 내려놓는다. 각목도 함께 세워 두었다.)
그럼… 부탁해. (자세히 어떻게 주의해야 하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충분히 똑똑한 이였으니까.)
 
캐럴 맥고윈:잘 자... (책이 떨어지지 않게 중앙에 잘 놔두고는 네가 자기 편하도록 방밖으로 나갔다.)
 
캐럴의 표정은 어딘가 지쳐보이고, 또 슬퍼보이는듯 합니다.
 
당신은 그에게 뭔가를 더 말하려 했지만…
 
오랜만에 눕는 푹신한 침대에 금세 잠에 들었습니다.
 
6월 9일 6pm
 
당신은 창틈새로 비치는 햇빛에 눈을 떴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요?
 
오랜만에 침대에서 자서 그런지 더할나위없이 개운한 기분입니다.
 
창밖을 보니 노을지는 하늘이 붉습니다.
 
분명 눈을 감을땐 동이 터오던 시간이었는데.
 
…...그렇다는건, 해가 떠있을 내내, 캐럴은 당신을 깨우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멜빈 리히터 :(너무 긴장 없이 잤나 싶었다. 이렇게까지 잘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간만에 결리는 곳 없이 몸이 편했다. 이번에도 눈을 뜨자마자 캐럴을 찾는다. 목소리를 내지는 않았다. 아직 해가 지지 않았으니까. 방 안에 없던가? 그럼 이곳 어디에?)
 
잠들기 전에 캐럴이 방밖으로 나갔었죠, 서재에 기척이 느껴지는 것을 보면 서재에 있는 모양입니다.
 
멜빈 리히터 :(서재에 있겠거니 하며 급하지 않게 걸음을 옮겼다. 눈으로만 그를 찾는다.)
 
:관찰 판정
 
멜빈 리히터 :
관찰력
기준치: 50/25/10
굴림: 65
판정결과: 실패
 
캐럴은 당신이 일어난 것도 모른채 당신에게 등을 돌리고 있습니다.
 
멜빈 리히터 :캐럴?
 
캐럴 맥고윈:(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네 쪽을 돌아본다.) 아, 언제 일어났어?
 
멜빈 리히터 :방금. 이 시간이 될 줄은 몰랐어. 오늘 밤, 괜찮겠어? (한 번도 잠들지 않은 채로 캘버리로 향할 수 있겠냐는 물음이었다. 그의 컨디션이 걱정이 됐다.)
 
캐럴 맥고윈:잘 자는 거 같아서... (굳이 깨우지 않았다는 말은 대충 넘기곤 노트를 챙겨서 일어난다.) 응. 별로 안 피곤해. 챙길 거 챙겨서 가자.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너무 무리하는 것 아닐까요.
 
하지만 여기서 더 쉬었다 갈순 없는 노릇입니다.
 
하루빨리 안전지대로 가야하니까요.
 
멜빈 리히터 :그렇다니 다행이지만….
내일 낮에는 꼭 제대로 자야 해.
(그렇게 말하며 두 번째 방에 잠시 시선을 두었다. 책을 읽지 못한 게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다. 미련을 버렸다. 창 밖을 본다. 완전히 어두워 질 때를 가늠하듯이.)
 
캐럴 맥고윈:알겠어. 그렇게 할게.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하고는 방으로 들어가 제 가방을 들고 나온다.)
 
멜빈 리히터 :(영 마음에 걸렸다. 피곤한 기색이 없는지 캐럴의 얼굴을 살핀다. 먼저 밖으로 나설 생각으로 출입문으로 향한다.)
 
캐럴 맥고윈:괜찮아, 정말. (제 상태를 살피는 것을 알았기에 괜찮다고 말하면서 출입문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멜빈 리히터 :(주택 밖으로 나갔다. 오늘도 방향은 정해져 있다. 신경을 곤두세운다.)
 
해가 지고, 달이 뜨고. 당신과 kpc는 길을 떠납니다.
 
길을 걷는 블럭들 마다 집들 사이로, 좀비들이 느릿하고 목적없이 움직이는 것이 보입니다.
 
좀비들을 피해 조심조심 걸으며 마을을 거의 다 빠져나오자, 마을 외곽 즈음에 위치한 꽤나 큼직한 [마트]가 눈에 들어옵니다.
 
캐럴 맥고윈:(좀비들이 느릿느릿 걷고 있기는 하지만 방심을 할 수는 없어서 조금 더 예민하게 주위를 살피며 걷다 마트가 눈에 보이자 어쩔 거냐는 듯이 바라본다.)
 
멜빈 리히터 :(잠시 고민했다. 쓸 만한 게 있을 수도 있겠지만…. 캐럴은 도착하기까지의 식량은 충분하다고 했다. 캘버리 교도소가 머물기 적당한 곳이 아니라면, 이곳은 추후의 방법이 되겠지. 그냥 지나치는 게 어떻냐고 고개를 저어 보인다.)
 
캐럴 맥고윈:(지나치는 게 좋을 거 같다는 반응에 고개를 끄덕이며 나아가려다 식량은 괜찮을 거 같기는 해도 어떤 일이 있을 지는 또 모르는 일이기에 고민을 하며 그래도 한 번 가보는 게 어떠내는 듯이 고개짓을 한다.)
 
멜빈 리히터 :(두 번째 권유는 부정하지 않았다. 가겠다는 의미에서 고개를 끄덕이고, 마트 방향으로 몸을 돌린다.)
 
마을을 빠져나가는 곳에 위치해있는 꽤나 큼직한 마트입니다.
 
이미 많은 생존자들이 다녀갔는지 빼곡히 늘어진 진열대가 휑합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그나마 물건들이 올려진 [선반1] [선반2], 그리고 한쪽 벽으론 [창고]라 써진 팻말이 보입니다.
 
멜빈 리히터 :(그나마 물건이 올려진 선반에 가까이 다가갔다. 첫 번째 선반 위를 살핀다.)
 
캐럴 맥고윈:혹시 모르니까... 식량은 많을 수록 좋고. (안으로 들어와 다른 것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작게 말을 한다.)
 
장난감 코너 입니다.
 
곰인형, 유니콘 인형, 비비탄 총…
 
당신은 인형들을 둘러보다 [노래하는 곰돌이] 라는 태그가 붙은 인형을 발견합니다.
 
멜빈 리히터 :(왜인지 곰돌이 인형에 시선이 갔다. 귀여운 외형 때문이었을까. 노래를 한다면… 정말 곤란하지. 그런 생각에 손도 대지 않았다. 괜히 한 발자국 더 물러 섰다. 두 번째 선반으로 향한다.)
 
생존에 필수적인 식료품들이 있던 선반입니다.
 
생존자들이 다녀갔다는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빼곡했을 선반이 휑합니다.
 
드문드문 있는 것들도 쓰레기들이에요.
 
행운 판정
 
멜빈 리히터 :
행운
기준치: 75/37/15
굴림: 3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캐럴 맥고윈:(먹을 게 있나 찾던 도중 네 시선이 닿았던 거 같은 곰인형을 보고는 뭐든 언젠가 도움이 될 거 같단 생각에 일단 챙겨둔다.) 곰인형...
 
당신은 쓰레기더미들 사이에서 멀쩡한 참치캔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운이 좋네요!
 
멜빈 리히터 :참치 좋아했던가? (참치캔을 들어 보인다. 작은 목소리로 묻는다.) 그것….
어쩌면, 시선을 끄는 데에 도움이 되겠지만… 우리가 그런 상황에 처하지 않았으면 좋겠네.
 
캐럴 맥고윈:(혹시 버튼이 눌리지 않게 가방을 정리하다가 네 쪽을 보곤 그렇게 선호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응, 좋아해.
버튼 누르고 다른 곳으로 던지거나 하면... 도움이 될 거 같았어.
 
멜빈 리히터 :그리고 너랑 닮았어. (참치캔도 넣어두자고 건넸다.)
 
캐럴 맥고윈:그런가...? (참치캔을 넣으면서 가방에 넣어둔 곰인형을 보곤 고개를 갸웃거린다.)
 
멜빈 리히터 :(이유를 들어 설명하지는 않았다. 빤히 얼굴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창고로 가보자고 손짓했다.)
 
캐럴 맥고윈:(별로 그렇지 않은 거 같은데, 생각하다가 그를 따라서 창고로 발걸음을 옮긴다.)
 
[창고]라고 팻말이 써 있는 문은 굳게 닫혀 있습니다
 
잠겨있지는 않은 것 같아요. 당신은 지난번 들린 집에서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이 안으로 들어가야 할까요?
 
멜빈 리히터 :(또 한 번 문을 두드려본다.)
 
당신은 돌연 불쾌하고 익숙한 소리를 듣습니다.
 
아, 이 소리는 좀비가 내는 소리 입니다.
 
소리는, 마트 안의 창고에서 새어나오고 있습니다.
 
멜빈 리히터 :(분명 어쩌면 쓸 만한 것이 있을 것이다. 소리로 수를 가늠해 본다. 하나여도 큰 부담이었다. 무엇보다, 누군가를 해치거나 해치는 걸 캐럴이 목격하지 않길 바랐으므로 이곳도 높은 확률로 지나치겠지.)
 
캐럴 맥고윈:(안에 무언가 있다는 것을 알리는 듯한 소리에 긴장한 듯이 문을 바라보며 어제 네가 준 도끼를 꼭 잡고 있는다.)
 
소리로 들어선 저 안에 있는 건 하나인 거 같아요.
 
멜빈 리히터 :캐럴. 한 명 같고, 창고면… 쓸 만한 게 있을 거야. 비어 있다고 생각하기는 어렵지.
(저보다 훌쩍 어리다는 이유로 혼자 도맡기에는 이제는 세상이 변했다. 그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지나칠래? 아니면….
(말 끝을 흐린 이유는 변한 세상을 어떻게 인지하는지랑은 별개로 그는 변하지 않길 바랐기 때문이다.)
 
캐럴 맥고윈:괜찮아, 보호받기만 할 만큼 약한 것도 아니야. (창고를 보며 떨리는 것을 감추기 위해 도끼를 더 꾹 잡고는 괜찮다는 듯이 최대한 덤덤하게 말한다.) 창고면 좋은 것도 있을 테니까.
 
멜빈 리히터 :알아. 하지만…. 안에 있을 유용할 물건보다 더 중요한 게 있을 수도 있어. 할 수 있더라도 안 하는 것들이 있으니까.
어쩌면 이 일로 네가 잃을 것들을 가볍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해.
 
캐럴 맥고윈:얻을 게 있다면 잃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해...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어리다고 피하고 보호 받으려고 하는 건 문제가 있는 거고... 할 수 있는 건 해보고 싶어.
 
멜빈 리히터 :(한참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주의를 끈 다음, 문을 힘껏 밀어서 열게. 우리가 들어가는 게 아니라….
좁은 입구로 빠져 나올때를 노리자. 도끼는 무겁지 않고? 둔기로 치고, 그 다음….
머리를 노리자.
 
캐럴 맥고윈:...응, 알겠어. (문을 열고, 나오면 공격. 네가 한 말을 외우듯 몇 번을 속으로 말하고 또 말하며 너무 긴장하지 않게 심호흡을 한다.)
휘두르기엔 문제 없을 거 같은 정도야... 괜찮아.
 
멜빈 리히터 :(몇 번 더 문을 두드렸다. 창고 안쪽에 있는 감염자가 문에 관심을 쏟을 수 있도록. 더욱 가까이 붙도록.)
 
안에 있는 것이 문쪽으로 가까이 붙는 소리가 납니다.
 
멜빈 리히터 :(때 맞춰 힘주어 문을 강하게 밀어 열었다. 그리고 문에서 조금 떨어진다. 각목을 바로 붙잡는다. 입구를 주시한다.)
 
당신과 캐럴은 숨을 죽이고 창고 문을 노려보았습니다.
 
짧은 눈빛교환을 주고받은 후 당신은 끼익, 하고 창고 문을 열었습니다.
 
창고 문이 열리자 좀비의 희뿌연 눈이, 빛이 쏟아져들어오는 창고 문의 입구를 향합니다.
 
이윽고 괴상한 소리를 내며 좀비가 당신들에게 달려옵니다.
 
멜빈, 캐럴 선공.
 
멜빈 리히터 :(감염자를 향해 각목을 휘두른다. 최대한 몸이 크게 휘청이도록, 넓은 면적을 노렸다.)
 
:나무 둔기 굴려주세요. 확정 공격이기 때문에 대지만 계산합니다.
 
멜빈 리히터 :
나무 둔기
기준치: 25/12/5
고장: 95
굴림: 25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3
 
다행히 공격은 먹힙니다.
 
캐럴 맥고윈:(아까 이야기 했던 것을 기억하며 도끼를 꾹 쥐고는 공격을 해본다.)
도끼
기준치: 25/12/5
굴림: 90
판정결과: 실패
피해: 18
 
당신과 캐럴은 좀비가 완전히 숨이 끊어진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썩은 살점과 피가 사방에 튀어 흘러내립니다.
 
(SAN 0/1)
 
멜빈 리히터 :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6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처참히 짓뭉개진 좀비의 시체... 썩 좋은 광경은 아니네요.
 
멜빈 리히터 :피는… 조심하는 게 좋겠어. 보안경 같은 게 있으면 좋을 텐데. 하다 못해 썬글라스라도.
(괜찮냐는 듯이 캐럴과 눈을 맞춘다.)
 
캐럴 맥고윈:...응, 그런 게 있었으면 좋았을 걸. (조금 충격을 받긴 했지만 약하게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하며 최대한 시선을 다른 곳에 둔다.)
 
좀비의 시체를 뒤로 하고 당신은 창고 안을 돌아보았습니다.
 
널찍한 창고에서 그나마 멀쩡한 [상자1] [상자2] [상자3] 을 발견합니다.
 
멜빈 리히터 :(시신을 피해 안으로 들어 섰다. 첫 번째 상자 앞에 서서 뒤적거리기 시작한다.)
 
유행이 지난 옷들을 무더기로 세일할때 쓰였던 상자인가 봅니다.
 
상의, 겉옷, 바지, 속옷, 양말 등…
 
당신과 캐럴의 몸에 맞는 옷들도 있었습니다.
 
몇달 째 입고다니던 누더기 같은 옷을 갈아입을 수 있을 것 같아요.
 
(SAN +1)
 
캐럴 맥고윈:그건... 옷이야? (네가 보고 있는 것을 보다가 조금 관심이 가는 듯이 말한다.)
 
멜빈 리히터 :(고개를 끄덕인다. 저가 입고 있던 외투를 살폈다. 캐럴의 옷도 마저 살핀다.) 아주 말끔해.
옷을 고르고 있을래? 난, 다른 상자들을 찾아 볼게. 괜찮으면 내 것도 골라 줘.
 
캐럴 맥고윈:좋아. (갈아입고 싶어도 상황이 상황이 아니니 말은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조금 기쁜 기색을 보이며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과 네가 입어도 편해할 거 같은 옷을 고른다.)
 
멜빈 리히터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어쩐지 가슴 한 켠이 간지러운 기분이 들었다. 저는 분명 만족스러웠다. 그 얼굴을 몇 번씩 곱씹으며 두 번째 상자를 열어 본다.)
 
상자 안을 열어보자 단백질 바 한무더기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거면 족히 몇주를 먹을수 있을 거에요.
 
창고를 열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캐럴 맥고윈:(갈아입기 좋은 옷을 몇 벌 골라내곤 필수품은 몇 개 챙겨서 가방에 넣어둔다. 자신의 옷보다 더 고민해서 네 옷을 고르고는 만족한 듯이 옷을 꼭 쥐고 있는다.)
 
멜빈 리히터 :먹을 걸 꽤 많이 찾았는데, 이걸 가방에 다 넣을 수 있을까? (캐럴이 볼 수 있게 상자를 비스듬히 들어 보인다.)
거기, 내가 쓸 만한 가방은 없을까?
 
캐럴 맥고윈:으음, 해볼게. 하나는 지금 먹는 게 좋겠다. (상자와 가방을 보다가 가방에 있던 단백질 바를 네게 준 뒤에 다시 상자를 뒤적거려 가방을 하나 꺼내어 준다.) 아, 있어.
 
멜빈 리히터 :다행이야. 그럼 뭔가 새롭게 담을 수도 있을 거고. 새 가방에 먹을 걸 새로 채워 넣자. (고른 옷도 살폈다. 뭐가 되었든 지금 입고 있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단백질바를 받아들었다. 뜯어서 입에 물고, 발견한 단백질 바를 가방에 채워 넣는다.)
 
캐럴 맥고윈:오길 잘한 거 같아. (가방도 생겼으니 무언가 더 챙길 수 있을 거 같아 다행이라 생각하며 자신도 단백질바를 입에 넣곤 우물거린다.) 다른 상자엔 뭐가 있었...?
(있었어...?)
 
멜빈 리히터 :상자가 하나 더 있어. 찾아 볼게. (담을 수 있는 만큼 담아 넣은 다음에는 잠시 가방을 내려 놓았다. 세 번째 상자를 살핀다.)
 
누군가에겐 정말 절실할… 술병들이 들어있습니다.
 
와인이에요.
 
마트에서 파는 싸구려 와인이지만 이 망해버린 세상에선 감지덕지일 것입니다.
 
창고를 둘러보던 당신은 문득 당신 곁에 캐럴이 없어진 것을 발견합니다.
 
황급히 고개를 돌리자 캐럴이 죽은 좀비의 시체를 보며 고민하고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캐럴 맥고윈:(꺼림직한 기분에 고민하면서 쉽게 손을 뻗진 못하고 보고만 있는다.) 으음... 역시, 꺼내는 게 좋겠지.
 
멜빈 리히터 :(사태가 이렇게 되기 전부터 술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되니 정말 마시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적어도 지금은 아니다. 첫 번째 상자에 있던 옷가지 중에 얇은 것을 챙겨 병에 둘렀다. 한 병만 가방에 챙겨 넣는다. 캐럴에게 다가 선다.) 무엇을?
 
캐럴 맥고윈:저기 총이 있는데 만지면 피를 씻을 곳도 없을 거 같아서... (어차피 옷을 갈아 입을 거 같으니 피가 조금 묻어도 괜찮나, 하고 잠시 더 고민을 하다가 이내 좀비의 뒷주머니에 손을 뻗어서 총을 꺼낸다.)
 
멜빈 리히터 :다음에는 손에 뭐라도 두르거나 닦아낸 다음에 손대는 게 좋겠어. 전염성이 얼마나 강한지 모르겠어서. (상자의 옷 중에 아무거나 한 가지를 더 가져 온다. 수건 대신 쓸 수 있도록 건넨다.)
아. 그렇지.
조금 끈적거리겠지만… 바로 닦으면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다른 상자에서 차마 챙기지 않은 와인 병 하나도 들어 보인다.)
 
캐럴 맥고윈:아, 조심할게. (차마 거기까진 생각하지 못했단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곤 옷을 받은 뒤 뿌려달라는 듯 네게 손을 내민다.) 소리 때문에 쓰기 쉽지 않겠지만 있으면 나쁠 게 없단 것까지만 생각 했거든...
 
멜빈 리히터 :그렇지. 그리고 내 생각에는….
감염자만 위험한 것도 아니고. (와인을 캐럴의 손 위로 쏟아 준다.)
난… 다른 호라이즌 애들을 마주하는 게 아닌 이상, 너 이외에는 아무도 안 믿어.
 
캐럴 맥고윈:응... (소독의 개념으로 생각하며 옷으로 와인을 닦아낸 뒤에 총도 잘 닦아서 겉옷 주머니에 넣어둔다.)
나도... 오빠만 믿고 있어. (닦아낸 옷을 어쩔까 하다가 좀비의 시체 눈 위에 덮어주고는 작게 웃는다.)
 
멜빈 리히터 :(그 모습을 지켜 본다. 갖고 있던 책임감이 새삼 저를 더욱 누르는 듯 했다. 마트를 벗어나자고 손짓한다. 이동할 수 있는 만큼은 더 이동하고, 안전한 곳을 찾을 생각이었다.)
 
캐럴 맥고윈:(마트 밖을 보고는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나도 나 알아서 할 수 있어. 그러니까 내 말은... 너무 부담 갖지 않아도 괜찮아.
 
마트 밖으로 나오니 동이 터오고 있습니다.
 
좀비와 싸우느라 시간을 꽤나 지체한 모양이에요.
 
멜빈 리히터 :캐럴. 시간이 좀… 부적절한데.
마트 내부는 안전해 보였어. 아까 우리가 머물던 곳도.
식량도 챙겼으니, 그곳으로 다시 돌아 가자.
 
캐럴 맥고윈:(동이 터오는 것을 보다가 손목시계를 보고는 우물쭈물 거리며 말한다.) 오빠... 이건 내 고집이긴 해도, 이 이후에도 계속 도로라서 좀비들이 많이 없을 거 같은데... 낮에도 이동하면 안될까?
 
멜빈 리히터 :서두르고 싶어?
 
캐럴 맥고윈:…..하루라도 빨리 안전지대로 가는게 좋을 거 같아.
 
멜빈 리히터 :(불안해 보이는지 곱씹었다. 캐럴은 초조해 보이나요?)
 
:관찰 판정
 
멜빈 리히터 :
관찰력
기준치: 50/25/10
굴림: 70
판정결과: 실패
 
캐럴의 기분이나 상태는 잘 드러나지 않는 거 같습니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걸 들어보니..
 
멜빈 리히터 :…그렇게 하자.
 
캐럴은 하루빨리라도 안전지대로 향하고 싶나 봅니다.
 
캐럴 맥고윈:고집인 건 알아... 들어줘서 고마워.
 
멜빈 리히터 :아냐. 일리 있는 말이야. 네 말대로 우리는 내내…. (계속해서 걷는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고 그런 거니까. 감수할 가치가 있는 위험을 택했을 뿐이야.
하지만….
너무 오래 걷지는 말자. 어제 낮에도 잠들지 않았잖아.
 
캐럴 맥고윈:응, 힘들면 말할게. (캘버리로 가는 걸음을 재촉하면서 가방과 도끼를 더 꾹 쥔다.)
분명 더 안전해 질거야. 다른 생존자들도 만날 수 있을 거고...
 
당신은 캐럴은 짐을 챙겨 동이 터오는 거리로 나왔습니다
 
드문드문 보이는 좀비들을 피해 숨을 죽여 이동하며, 드디어 마을을 벗어나 고속도로가 나왔습니다.
 
….해가 이렇게 떠있을 때 이동한건 정말로 오랜만이에요.
 
머리위로 작열하는 태양이 뜨겁습니다.
 
멜빈 리히터 :(간만에 느끼는 따가운 햇빛이었다. 오랫동안 이 시간에는 돌아다니지 않았으니까. 그가 바라는 대로 어서 안전지대에 도착하면 좋을 텐데.)
(어느 순간부터는 말하지 않았고 발소리도 죽였다. 탁 트인 곳에서 감염자보다 시각적 우위에 있는 건 대단한 장점이었다.)
 
캐럴 맥고윈:(오랜만에 느껴지는 햇빛이 조금 불편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이런 것도 좋을 거라 마음을 바꾸기로 했다. 생각이 많은 지금은 차라리 침묵이 더 좋은 편이기에 걸어가는 가벼운 발걸음 소리와 어색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침묵은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것만 같아 한결 편하게 걸음을 옮겼다.)
 
대화는 오래 이어지지 못합니다.
 
마치 캐럴은 자기만의 생각에 빠져있는 것 같이 보여요.
 
결국 두 사람 사이엔 침묵만이 맴돕니다.
 
정오가 가까워지는 듯 길게 늘어졌던 그림자가 점점 짧아집니다.
 
……
 
얼마나 길을 걸었을까요, 비로소 캐럴이 먼저 말을 꺼냅니다.
 
캐럴 맥고윈:오래 걸은 거 같은데, 저기서 좀 쉬어갈까...?
 
캐럴의 손가락을 따라 가면, 저 멀리 도로 위에 [주유소]가 보입니다.
 
멜빈 리히터 :(내내 캐럴을 걱정하고 있었다. 그 애는 오랫동안 잠들지 못했으니까. 쉴 만한 곳이 나타나서 그 점에 안심했다. 고개를 끄덕인다. 시간은 몇 시쯤 되었을까?)
 
6월 10일 11am
 
캐럴 맥고윈:후아암... 졸리다. (기지개를 쭉 켜곤 하품을 길게 한 뒤에 주유소 쪽으로 들어간다.) 그래도 많이 온 거 같아.
 
멜빈 리히터 :가는 길에 곤란한 일이 없어서 다행이야. 낮에 움직이는 것도 이런 길이면 확실히 괜찮은걸. (캐럴을 뒤따랐다. 주유소를 살핀다.)
곧장 눈을 좀 붙여 둬.
 
이 곳은 관리인 한두명을 둔 작은 무인주유소였나 봅니다.
 
근근히 널부러진 시체들은 보이지만 좀비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잠깐이라도 쉬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당신과 캐럴은 주유소를 둘러보았습니다.
 
무인으로 사용할수 있는 [주유기] 몇대, 그 옆에는 [자판기]와 주유소에 딸린 작은 [사무실]이 보입니다.
 
캐럴 맥고윈:그렇게 무리하진 않았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쉬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긴 하지만 불만스럽게 말한다.)
 
멜빈 리히터 :(조금 표정을 굳히고 시체를 둘러 보았다. 감염자였을까. 가장 가까이 있던 주유기부터 시선을 두었다.)
 
평범한 주유기 입니다.
 
당신이 기름을 챙겨 가면 좋을까 고민하던 찰나에…
 
턱,
 
하고, 피투성이인 손 하나가 당신의 발목을 붙잡습니다.
 
“도와주세요….제발 도와주세요…”
 
당신이 시체인줄만 알았던 그는, 이미 감염된지 몇시간이 지난 듯, 코와 귀에서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하반신이 뜯어먹혀 두 다리가 보이지 않고, 찢어진 배 아래로 근육과 장기가 드러나 보입니다.
 
처참한 몰골의 그 생존자, 아니, 감염자일까요.
 
당신의 발목을 붙잡는 손가락들은 처절하기까지 합니다.
 
. 한쪽 눈은 파먹혔는지 보이지 않고, 간신히 뜬 나머지 눈으로 당신을 올려다보며 애원합니다.
 
“목이 너무 말라요, 물, 물 한모금만, 제발….”
 
그가 당신의 다리를 향해 나머지 한쪽 손도 뻗으려던 찰나,
 
콰직,
 
하고… 캐럴의 신발굽이 당신에게 뻗어진 손을 무참히 짓밟습니다.
 
당신이 뭐라 반응하기도 전에 캐럴은 그를 향해, 도끼를 내리칩니다.
 
퍽, 퍼억, 퍽,
 
외마디 비명도 곧 그치고, 캐럴의 중얼거림과 고깃덩이나 다름없는 시체를 내리치는 둔탁한 소리만이 주변을 메웁니다.
 
캐럴 맥고윈:...어, 죽어, 죽어…
 
이젠 사람의 형체를 분간할수 없게 뭉개진 육신에서 피와 살점이 사방으로 튑니다.
 
멜빈 리히터 :……. 캐럴. 이미 죽었어.
 
이미 죽었을게 분명하건만 몇번이고 도끼를 내리치는것을 반복합니다.
 
당신을 바라보는 그 표정은 살기를 띄었던 아까와는 다르지만.
 
그 모습은, 당신이 기억하던 캐럴의 모습과는 어딘가 섬뜩하고 이질적입니다.
 
(SAN 0/1)
 
멜빈 리히터 :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캐럴이 무어라 말을 꺼내려는 찰나, 끼익, 하는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쥬드 :….와, 장난 아닌데?
 
사람의 말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반쯤 열린 사무실의 안쪽에서 한 30대 남성이 서 있습니다.
 
쥬드 :저기, 우선 들어 와서 이야기할래요? 밖은 또 언제 좀비들이 올지 모르니까.
 
멜빈 리히터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인상을 찌푸리고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의 인상을 살핀다.)
 
캐럴 맥고윈:(옷으로 제 얼굴을 닦으면서 경계하는 듯이 바라본다.)
 
공격할 생각이나 위협을 가할 생각은 없다는 듯이 양손을 들고 있네요.
 
멜빈 리히터 :…여기 있는 이들 모두, 모르는 사람입니까? (캐럴이 더는 움직일 수 없게 만든 시신을 잠시 응시했다. 기묘한 기분이 들었다. 다시 남자를 주시한다.)
 
쥬드 :모르는 사람입니다. 저도 캘버리를 향해서 가다가 쉴 곳이 필요해 잠시 있던 사람일 뿐이라고요~ 안 들어와요? 위험할 거 같은데.
 
멜빈 리히터 :(저는 몰라도 캐럴은 반드시 쉬어야 했다. 여유가 없어 보였다. 곧장 캐럴에게 빠르게 걷는다. 그의 손목을 서둘러 붙잡는다. 눈을 잠시 맞추고 고개를 젓는다. 들어가서 쉬자는 말 대신 느리게 캐럴을 끌었다.)
 
캐럴 맥고윈:(더이상 걱정을 하게 만들거나, 신경 쓰이게 하고 싶지 않아 괜찮다는 말 대신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곤 그쪽으로 걷는다.)
 
당신과 캐럴은 남자를 따라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습니다.
 
작은 사무실이라 세 사람이 들어가니 방이 꽉 찹니다.
 
당신과 캐럴이 짐을 풀고 자리에 앉자 남자는 자신을 소개합니다.
 
쥬드 :이게 얼마만에 만나는 생존자 인지 모르겠네. 쥬드라고 합니다.
 
멜빈 리히터 :(사무실을 전체적으로 둘러 본다. 출입구는 들어온 문뿐일까. 처음보다는 경계를 풀었다.) 멜빈 리히터예요. 그리고 이쪽은…. (저가 캐럴을 소개하지는 않았다. 직접 말할 수 있도록 말끝을 흐린다.)
 
출입구는 하나네요.
 
캐럴 맥고윈:...캐럴라인 맥고윈. (만나서 반갑다거나 그런 말을 하고 싶지는 않았기에 그냥 인사만 하고 자리에 앉는다.)
 
쥬드 :두 분 다 부끄러움이 많으시네~ 생존자를 만나는 건 삼개월 만이라 반가운데요?
 
멜빈 리히터 :본래 그렇게 말수가 많은 편이 아니어서요. 아주 오래 전부터요. (사태가 이렇게 되기 전부터 그랬다고 은근히 언질한다.) 캘버리까지 가시는 거면, 어쩌면 동행할 수도 있겠네요.
 
쥬드 :그럴 수 있죠, 이해합니다. 저는 여기를 발견하고 해가 질때까지 쉬어가려던 참인데 왜 해가 떴을때 움직이고 있었나요?
 
멜빈 리히터 :안전한 곳에 빨리 도착하고 싶어서요. 좀… 위험을 감수했습니다.
 
쥬드 :어차피 목적지도 같은데 동행 어때요? 사람은 하나라도 많은 게 좋잖아요~
 
멜빈 리히터 :방향이 같으니 일부러 나뉘어 가는 것도 이상하겠죠. 하지만. (곧바로 대답하지 않고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건 좀 지켜 보고 결정합시다. 내부에서 싸움이 나는 게 가장 비참하니까. (잠깐 캐럴을 보았다가 시선을 바닥에 둔다. 제 허벅지 위로 손을 올리고 검지로 소리 없이 몇 번 톡톡 두드렸다. 조금 생각이 많아졌을지도 모른다.) 서로를 위해서.
 
쥬드 :내부 싸움이 위험하긴 제일 위험하죠~ 잘하면 서로 죽고 죽이는 데스매치잖아? 이게 사람이 제일 위험하다니까~
 
쥬드는 주절주절 말이 많습니다.
 
조금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자. 배가 고파옵니다.
 
밤을 지나 낮시간에도 걸었으니 피곤하고 배고플만 하겠지요.
 
멜빈 리히터 :먹을 건 좀 갖고 있습니까? (이제는 거진 경계심을 풀었다. 그러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제 가방을 뒤적거렸다.)
 
쥬드 :이것도 있고, 이것도 있고~ (가방에서 무화과나 통조림 등을 꺼낸다.) 주운 건 좋았는데 빨리 먹어야해서 애탔거든요~
 
캐럴 맥고윈:(둘이 이야기하는 것을 지켜보다가 자신도 가방에서 간단하게 먹을만한 음식들을 꺼낸다.)
 
멜빈 리히터 :(사교성도 그렇고, 어쩐지 호라이즌의 성격 좋았던 이가 떠오르는 사람이었다. 꼭 구경하듯이 바라보다가 단백질바를 한 입 씹었다. 동시에 캐럴이 먹을 만한 음식을 늘어놓는 것도 돕는다.)
 
오랜만에 꽤 풍성한 식사를 한다는 느낌입니다.
 
그러고 보니 어제 아까 챙겨온 와인을 지금 마셔도 좋을 것 같아요.
 
캐럴 맥고윈:(사교성이 좋네... 하고 생각을 하지만 거부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어서 음식을 먹으면서 다시금 벽에 등을 기댄다.)
 
멜빈 리히터 :…술 좋아하십니까?
 
쥬드 :그럼요, 좋아하죠! 없어서 못 먹는 게 술인데.
 
멜빈 리히터 :본래는 안전 지대에 도착하거나… 다른 생존자들과 물물 교환이라도 할 수 있을까 싶어서 챙겨 둔 거였는데….
일이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일이니. (가방에서 한 병을 꺼내 통째로 건넨다.)
 
쥬드 :오, 세상에. 얼마만의 술인지. 이거 마셔도 되는 겁니까? 그런 거면 같이 마시는 건 어때요!
 
멜빈 리히터 :(잠시 고민한다. 끝내는 사양하겠다는 듯이 고개를 젓는다.) 저는 동행인이 미성년자이기도 해서요. 꼭 지금 다 마시지 않아도 괜찮으니, 적당히 기분만 내세요.
 
쥬드 :아~ 동행하는 분이 미성년자구나.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사무실에서 찾은 종이컵에 와인을 따라 마십니다.)
 
멜빈 리히터 :(캐럴의 상태를 살핀다. 오랫동안 잠들지 못했으니 슬슬 졸릴 텐데.)
 
캐럴 맥고윈:(멍하게 있다가 네 쪽을 바라보곤 제 입을 가리고 길게 하품을 한다.) 언제 자려고...?
 
쥬드 :아이고, 졸리신가 보다. 자죠, 그러면!
 
멜빈 리히터 :나는 깨어 있어야지. 교대로. (이번엔 네가 잠들 차례라고 말하는 듯이 가볍게 어깨에 손을 올려 둔다.)
 
캐럴 맥고윈:(가방에 있는 짐을 몇 개 꺼내서 베개처럼 만들곤 네게 내민다.) 오빠도 자. 문 잠겨서 괜찮아.
 
멜빈 리히터 :(말린 베개 같은 것을 받아 들었다. 하지만 단호하게 고개를 젓는다. 말을 더 얹지는 않았다.)
 
캐럴 맥고윈:...알겠어. (무슨 뜻인지 알았으니까 추가로 권하거나 하지는 않고 바닥누워 등을 돌린다.)
 
멜빈 리히터 :(옷가지로 만들어진 베개를 풀어서 캐럴의 위로 덮는다. 쥬드를 살핀다.)
 
쥬드는 열심히 술을 마시더니 잘 준비를 하네요.
 
멜빈 리히터 :(긴장감 없는 사람이다. 저가 이렇게 깨어 있는 데에는, 낯선 자가 있다는 이유도 있는데. 굳이 그를 말리지는 않는다. 캐럴의 옆에 앉아서 그 모습을 지켜 본다.)
 
쥬드는 잘 자라는 인사를 건넨 뒤 잠에 드네요.
 
여전히 등을 돌리고 어제처럼 노트에 무언가를 적어내려가는 캐럴이 어렴풋이 보입니다.
 
하지만 머리가 무거운 탓에 이내 금세 잠에 듭니다.
 
깜빡, 잠에서 깨어나니 창밖이 어둑합니다.
 
머리가 아프게 느껴지는게 평소보다 더 오래 잔거 같아요.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보이는건, 당신이 잠에 들기 전 마지막으로 본 것과 똑같은 모습으로 웅크리고 있는 캐럴입니다.
 
멜빈 리히터 :(중간에 잠에 들었던 모양이다. 놀라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별일이 없다는 걸 깨닫고 연신 얼굴을 꾹꾹 누르며 마른 세수를 했다. 멀거니 웅크린 캐럴을 바라 본다.)
 
캐럴 맥고윈:(쓰던 것을 그만두곤 수첩을 다시 챙겨둔다.) ...괜찮아. 일어났으면 이만 출발하자. 캘버리로 가야해, 하루라도 빨리…
 
멜빈 리히터 :최근. 네가 초조해 하는 것처럼 느껴져.
…정말 괜찮은 거야?
 
캐럴 맥고윈:...괜찮아. 그냥 빨리 가고 싶어서 그래.
 
멜빈 리히터 :너무 서두르면 그르칠 수도 있어. 이제까지 가던 것보다는 더 빠르게 가겠지만, 조심하자.
 
캐럴 맥고윈:응, 알겠어. 그래도 최대한 빨리 하고 싶어. (자리에서 일어나곤 풀어둔 짐들을 정리한다.)
 
멜빈 리히터 :(주드는 자고 있나요?)
 
자고 있지만 깨우면 일어날 거 같네요.
 
멜빈 리히터 :(눈을 굴린다. 캐럴에게도 의견을 구하는 듯이 잠시 눈을 맞춘다.)
 
캐럴 맥고윈:(짐을 정리하다가 잠시 고민하고는 작게 말한다.) 으음, 두고 가도... 어차피 마주칠 거 같아.
 
멜빈 리히터 :(같은 생각이었다. 그의 어깨를 붙잡고 흔들려다가, 그가 놀라기라도 할까 봐 발끝으로 조심해서 꾹꾹 건드린다.) 이 봐요.
 
쥬드 :(흠칫 놀라서 일어났다가 넉살 좋게 웃는다.) 아이고, 벌써 밤입니까? 깨워주셔서 감사합니다.
 
멜빈 리히터 :갑시다. 밤이니까, 더 지체하지 말고….
사무실 바깥에 자판기가 있던데, 거기 쓸 만한 게 있습니까?
 
쥬드 :물이라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거길 다시 가는 것도 좀~ 서로한테 못할 짓 같은데.
 
멜빈 리히터 :…서로에게?
 
캐럴 맥고윈:(가방을 다시 메고는 둘이 이야기 하는 걸 바라본다.)
 
쥬드 :그야 하나 죽였잖아요? 거길 다시 가게? 오빠가 참 둔하네~
 
멜빈 리히터 :그…런가? (그제야 그럴 수도 있겠다는 걸 깨닫고는 찜찜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그래. 먹을 건 충분하니까.
 
캐럴 맥고윈:(쥬드를 보더니 조금 퉁명스럽게 말하고는 먼저 밖으로 나간다.) ...상관 없어요.
 
멜빈 리히터 :그렇대. 그래도 빨리 갈 거지만. (괜히 아이가 들으라고 한마디 옹호하고 따라나선다.)
 
쥬드 :그래요, 갑시다~ (짐 챙기고 따라서 나선다.)
 
밤은 찾아오고, 당신과 캐럴, 쥬드는 길을 떠났습니다.
 
멜빈 리히터 :(어두운 밤 풍경을 눈에 담는다.)
 
아스팔트 도로에 세 사람의 밤 그림자가 드리웁니다.
 
묵묵히 길을 걷던 당신은 문득 옆에서 걷는 캐럴을 돌아보니, 캐럴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습니다.
 
어제와 같이 자신만의 생각에 빠져있는 것 같아요.
 
그런 캐럴을 바라보는 당신의 옆으로 어느새 쥬드가 다가와 말을 건냅니다.
 
쥬드 :그런데 저 친구 괜찮아요? 좀... 이상해 보이는데요.
 
멜빈 리히터 :불안한 것 같아. 걱정이 되기는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도 명랑하게 웃는 당신이나 본래 감정이 메마른 내 쪽이 일반적이지 않은 거지.
좀 더 편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
 
쥬드 :어느 쪽도 이상하기는 하지. 어리니까 더 불안할걸?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하곤 하잖아. 그런데... (캐럴을 슬쩍 바라봤다가 작게 말한다,) 그것도 그렇고... 내가 이래뵈도 다른 나라 여행을 많이 다녀서 조금씩 배운 말이 많은데 저 친구 말하는 걸 들어보니 라틴어, 독일어, 스페인어,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 그 외의 언어들도 많은거 같은걸 보니... 완전히 미쳤거나, 아니면 한 20개 국어 정도를 하는 천재이거나, 둘중 하나인거 같거든.
 
멜빈 리히터 :(잠깐 의아한 기색이 떠올랐지만, 그가 알아차릴까 서둘러 지웠다.) …이런 일이 일어나기 전에 우리가 좀 똑똑했거든.
좋은 생각이라도 있어?
 
쥬드 :그걸로 설명이 되나...? 언어 쪽 관련된 일을 했다고 쳐도 어려 보이던데 참... 으음, 좋은 생각이라. 스스로 마음 풀고 대화하는 거 아니면 방법은 없죠.
 
캐럴이 저런 언어들을 할줄 알던 사람이던가요?
 
어제 주유소에서의 일도 그렇고…
 
요 며칠 새의 캐럴은, 마치 당신이 알던 캐럴이 아닌 것 같습니다.
 
. 이런 미쳐가는 세상에서 캐럴 마저도 미쳐가는 걸까요.
 
…..어느새 캐럴은 당신들보다 몇 발짝 뒤쳐졌습니다.
 
당신의 표정을 읽기라도 한 듯 쥬드는 말합니다.
 
쥬드 :뭐, 너무 걱정 말아요. 아까 멜빈 씨가 말했 듯이 이런 세상에서 제정신인게 더 신기한거죠.
 
멜빈 리히터 :목적지에 도착하면, 그곳이 우리가 기대하던 곳이라면.
분명 상황이 나아질 거야…. 그 전에 곤란한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
 
쥬드 :일단 안정적인 장소에서의 휴식이 제일이긴 하죠. 누군가 자신을 지켜줄 거란 확신이 있다면 긴장이 확 풀리잖아~
 
멜빈 리히터 :그곳이 정말 안전한 곳이어야 할 텐데.
 
쥬드 :좋은 곳일 거라 믿어야죠.
 
그러면서 그는 당신에게 자신이 여행했던 나라들의 이야기, 자신이 지금까지 생존한 이야기 등…
 
한참동안 당신에게 자기 이야기를 늘어놓습니다.
 
쥬드 :아차차, 너무 내 이야기만 한 거 같네. 이젠 당신 이야기를 해보지 그래요?
 
멜빈 리히터 :음…. 공학과 대학생이었어. (대화가 길어지는 게 얼떨떨하지만, 물으면 묻는 대로 대답 정도는 했다. 캐럴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는다.)
그리고 저 애는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야. 아주 어릴 때부터 알았어.
 
쥬드 :거의 가족 같은 사이겠네요. 이런 시국에 그런 사이 좋지~ 그리고?
 
멜빈 리히터 :그리고…
특별히 정말로 말할 게 없는데. 난 재미 없게 살았거든. 집 안에 처박혀서 기름칠이나 하고.
 
쥬드 :공대생의 최후라 이건가? 과제하느라 과방이나 방에만 있어서 체력도 없을 텐데 어째 잘 살아남았네요.
 
멜빈 리히터 :동감이야. 운이 따랐을 거라고 생각해. 이제는 요령도 좀 생겼으려나.
무엇보다.
살고자 하는 의욕이 있어.
 
쥬드 :그런 의지만 있으면 된 거지~ 포기한 사람도 꽤 있으니까 말이죠.
 
새벽이 가까워져 오고, 당신과 쥬드가 한창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을 때, 갑자기 털썩, 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뒤를 돌아보니, 캐럴이 땅에 쓰러져 있어요.
 
멜빈 리히터 :(놀라서 서둘러 몸을 돌렸다. 머리보다 몸이 움직이는 게 더 빨랐다. 캐럴을 붙잡고 상태를 살핀다.)
 
가까이 다가가 캐럴을 살펴보니 온 몸이 불덩이 같이 뜨겁고, 힘겹게 신음하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무리하고 고생하더니, 결국 건강을 망치게 된 걸까요.
 
쥬드 :이 친구를 어디에 좀 눕혀야 할것 같은데.. 건물을 찾아보죠.
 
멜빈 리히터 :괜찮은 건가? 혹시, 감염 증상은 아니겠지? (드물게 크게 당황했다. 캐럴을 부축해서 일으켜 세웠다. 쉴 만한 곳을 찾는다.)
 
쥬드 :여태 같이 있던 거 아니었어요? 물리기라도 했어? (부축하면서 주위를 둘러본다.)
 
당신과 쥬드는 기절한 캐럴을 부축하며 걷기 시작했습니다.
 
얼마나 걸었을까, 마침 동이 트려 할때 쯤, 저 멀리 건물이 하나 보입니다.
 
좋든 싫든 저기서 쉬어가야 할것 같아요.
 
멜빈 리히터 :물린 적 없어. 하지만 피는 좀 묻고 그랬잖아. 얼마나 전염성이 높은지 모르니까. (걸음을 서두른다.)
 
쥬드 :그정도로 감염이 되지는 않을 텐데? 그런 거였음 산 사람 거의 없지. (서둘러서 건물 쪽으로 간다.)
 
6월 11일 5am
 
가까이 가보니 이 곳은 초등학교였나봅니다.
 
불에 타 거꾸로 뒤집힌 스쿨버스와 낡고 망가진 놀이터를 지나 직사각형 모양의 학교 건물로 가까이 다가가면 어둑한 교실 안을 느릿하게 배회하는 검은 그림자들이 보입니다.
 
멜빈 리히터 :혹시나 눈에 튀었거나 하면…. 그런 의미야. (캐럴을 안은 채로 조심히 들어 선다. 인영을 눈치채고나서는 바로 입을 다물었다. 소리를 죽인다.)
 
:관찰 판정
 
멜빈 리히터 :
관찰력
기준치: 50/25/10
굴림: 64
판정결과: 실패
 
쥬드 :그게 언제 있던 일인데요? (작게 말하면서 들어갈 곳을 찾는다.)
 
모든 교실에 좀비가 있는 것 같아요.
 
다른 건물을 찾아봐야 할까요?
 
쥬드 :저기. (네 팔을 툭툭 치며 비어있는 곳을 가리킨다.)
 
멜빈 리히터 :(대답 대신 어떤 사건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고 전할 생각으로 고개만 저었다. 쥬드가 가리키는 곳을 응시한다. 교실인가?)
 
한 교실은 좀비가 없네요.
 
창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면 될 것 같아요.
 
쥬드 :일단 제가 먼저 들어가고, 학생 들여보내고 당신이 들어오는 걸로 해보죠.
 
멜빈 리히터 :(서둘러 창문으로 향했다. 고개를 끄덕인다. 그가 들어가는 걸 돕는다.)
 
쥬드 :아이고, 이게 무슨 일인지. (먼저 들어가서 캐럴을 달라는 듯이 손을 뻗는다.)
 
멜빈 리히터 :(조심히 캐럴을 넘겨 준다.)
 
쥬드 :(캐럴을 받아서 들여두곤 오라는 듯이 손을 내민다.)
 
멜빈 리히터 :(손을 잡았다. 그가 이끄는 대로 창문을 넘으려고 한다.)
 
당신과 쥬드는 창문을 열고 교실 안으로 들어와 교실의 책상들을 한데 밀어 공간을 만들고, 캐럴을 눕혔습니다.
 
쥬드 :무슨 고생이래 참~ 일단 해가 뜨니까 우리도 좀 쉬죠.
 
멜빈 리히터 :(쥬드의 말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듯 했다. 바짝 캐럴의 옆에 앉아서, 그의 손을 잡았다. 표정을 살핀다.)
 
캐럴의 몸은 뜨겁고, 표정을 찡그린 채 간간히 내뱉는 호흡은 불규칙합니다.
 
그런 캐럴을 바라보고 있자니 마음 속 깊숙한 곳 부터 스멀스멀 불안한 감정이 올라옵니다.
 
갑자기 캐럴은 왜 아픈 걸까요.
 
과연 당신과 캐럴은 무사히 캘버리로 갈 수 있을까요.
 
멜빈 리히터 :해열제… 가진 거 없어? (기대하지 않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쥬드를 응시한다.)
 
쥬드 :약은 없어서 참... 일단 놔두고 더 심해지면 구하러 가보거나 해보죠.
 
멜빈 리히터 :구한다고 있을 물건이 아니라는 게… 나쁜 일이지. (초조함을 감추지 못한다.)
그래도 초등학교니까, 양호실 정도는 들러볼 가치가 있겠어.
고마워.
 
쥬드 :별 방법이 있나. 일단 쉬게 하고 조금 있다가 움직이던가 하죠.
 
멜빈 리히터 :(한참 캐럴의 손을 잡고 있었다. 온갖 잡념이 들었다.)
 
쥬드 :물 있나? 옷 적셔서 이마에 놔주면 좀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까 한 번 해봐요.
 
멜빈 리히터 :(물이 있었던가? 가방을 뒤적거린다.)
 
물이 한 병 있기는 하네요.
 
쥬드 :우선 전 좀 잡니다. 일 생기면 깨워요.
 
멜빈 리히터 :(쥬드의 말대로 깨끗한 옷가지에 물을 적셨다. 캐럴의 머리 위로 올려 둔다. 걱정이 가득한 얼굴을 숨기지 못한 채 고개를 끄덕인다.)
 
멜빈은 계속해서 간호를 합니다.
 
캐럴의 상태가 나아지질 않는 거 같아요.
 
……..
 
캐럴 맥고윈:오빠, 오빠...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당신을 부르는 작은 목소리가 들립니다.
 
당신의 옷자락을 잡고 신음하는 캐럴아 보여요.
 
캐럴의 몸 상태는 나아지기는 커녕 더욱 안 좋아 진 모양입니다.
 
멜빈 리히터 :(목소리를 듣자마자 정신이 번뜩 들었다. 앓는 캐럴을 서둘러 붙잡는다. 옆에 있다는 걸 알릴 생각으로 힘주었다.)
 
캐럴 맥고윈:살려줘, 오빠... 너무, 아파. (몸을 웅크리고 누워 네 옷자락을 더 꾹 쥐고 끙끙 앓면서 겨우겨우 말한다.)
 
멜빈 리히터 :구체적으로 어디가 아파? 온 몸이? 뜨겁다거나, 통증이 있다거나. (쩔쩔매며 묻는다.)
내가 도와 줄게.
 
캐럴의 몸은 불덩이 같고 식은땀을 흘리고 있어요.
 
어디가 아픈지 물어봐도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 채 고통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캐럴의의 신음 소리를 듣고 쥬드 역시 깨어나 그를 살펴보고 말합니다.
 
쥬드 :내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거 심각한데요...
 
:아이디어 판정
 
멜빈 리히터 :네 말대로, 약을 찾아 보는 게 좋겠어. 아니면.
지능
기준치: 85/42/17
굴림: 70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러고보니 이 곳은 초등학교였죠.
 
양호실을 찾아가면 약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쥬드 :양호실에 약이 남았을까 모르겠네.
 
멜빈 리히터 :그래. 일단 다녀 와야지. 시간이 썩… 적절하지 않지만, 그런 걸 따질 때도 아니고.
캐럴을 지켜줄 수 있을까?
 
쥬드 :아픈 사람 간호하는 건 영 자신이 없어서. 그냥 같이 가요. 밖에서 좀비라도 만나면 혼자 못 이길 거 같은데.
 
멜빈 리히터 :하지만, 혼자 두고 갈 수는…. 무방비한 상태잖아.
 
쥬드 :문을 막아두고 가면 되지 않을까요? 아무튼 전 여기에 어린 애랑 둘만 남기도 좀.
 
멜빈 리히터 :(망설였다. 오래 고민하고 있을 새도 없어서 급하게 묻는다.) 오면서, 양호실 같은 곳을 봤을까? 구조상 아무래도 1층에 있을 텐데.
 
쥬드 :못 봤던 거 같은데... 일단 나가서 한 번 찾아보죠. 학교마다 안내도 같은 게 있으니까.
 
멜빈 리히터 :(그를 두고 가는 게 마음에 걸렸다. 괜히 캐럴이 누워 있는 책상을 창문으로부터 더 밀었다.) 좋아.
 
쥬드 :그럼 가볼까요. (일단 복도로 통하는 문을 열며 나오라는 듯이 손짓한다.)
 
멜빈 리히터 :(쥬드를 따라 나섰다. 끝까지 캐럴에게 시선을 둔다. 겨우 밖으로 나왔다. 정신 차릴 생각으로 의식적으로 호흡했다. 양호실이 있을 법한 방향으로 시선을 둔다.)
 
복도로 나오자 저 멀리서 2 마리의 좀비가 당신들에게 달려듭니다.
 
쥬드 전투 라운드
 
쥬드, 좀비 멜빈의 턴.
 
쥬드 :나오자 마자 이게 뭐람. (가지고 있던 빠루로 공격을 해본다.)
빠루
기준치: 25/12/5
굴림: 81
판정결과: 실패
피해: 3
 
쥬드의 공격은 빗나갑니다.
 
좀비는 2
 
쥬드를 공격합니다.
 
좀비 :
비무장
기준치: 30/15/6
굴림: 77
판정결과: 실패
피해: 6
 
좀비의 공격은 실패합니다.
 
멜빈의 턴, 무엇을 하나요.
 
멜빈 리히터 :(가장 가까이에 있는 감염자를 향해 각목을 휘둘렀다.)
 
굴려주세요.
 
멜빈 리히터 :
나무 둔기
기준치: 25/12/5
고장: 95
굴림: 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피해: 5
 
좀비 :
회피
기준치: 25/12/5
굴림: 91
판정결과: 실패
 
멜빈은 공격에 성공하여 -5의 피해를 입힙니다.
 
쥬드의 턴.
 
쥬드 :오~ 좀 싸우는데요? (소리 없이 박수를 쳤다가 공격 받은 좀비를 공격해본다.)
빠루
기준치: 25/12/5
굴림: 66
판정결과: 실패
피해: 6
 
무기가 70인데... 적용이 안 되고 굴려지네...
 
쥬드의 공격은 성공합니다.
 
좀비 1은 쓰러집니다.
 
좀비2의 턴.
 
그는 2
 
쥬드를 공격합니다.
 
좀비 :
비무장
기준치: 30/15/6
굴림: 31
판정결과: 실패
피해: 4
 
그의 공격은 실패합니다.
 
멜빈의 턴, 무엇을 하나요.
 
멜빈 리히터 :(남은 감염자에게 달려든다. 각오되어 있었다. 인상을 찌푸린 채로 각목을 힘껏 휘두른다.)
 
굴려주세요.
 
멜빈 리히터 :
나무 둔기
기준치: 25/12/5
고장: 95
굴림: 80
판정결과: 실패
피해: 3
 
멜빈의 공격은 실패합니다.
 
쥬드의 턴.
 
멜빈 리히터 :그런데…. 뭔가.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쥬드 :그나마 머리가 비어있는 듯이 행동해서 다행이지. (빠루를 휘둘러본다.)
왜요?
빠루
기준치: 70/35/14
굴림: 44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5
 
좀비 :
회피
기준치: 25/12/5
굴림: 58
판정결과: 실패
 
멜빈 리히터 :지능이 없었다면, 되려 덤벼들었겠지.
 
쥬드의 공격은 성공적으로 먹힙니다.
 
멜빈 리히터 :꼭… 생각을 하는 것처럼 보이잖아. 왜…. 착각이겠지?
 
쥬드 :그래 보여요? 전 그런 쪽으로 머리가 안 돌아가서 모르겠네.
 
좀비는 2를 공격합니다.
 
좀비 :
비무장
기준치: 30/15/6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피해: 3
 
공격은 실패합니다.
 
멜빈의 턴, 무엇을 하나요.
 
멜빈 리히터 :폭력성에 사로 잡히고, 이성을 잃은 존재가 적을 가늠하고 덤비는 건 이상해. (그렇게 말하면서도 물러설 생각은 없는지 무기를 고쳐 쥐었다. 감염자에게 휘두른다.)
나무 둔기
기준치: 25/12/5
고장: 95
굴림: 40
판정결과: 실패
피해: 3
 
쥬드 :냄새로 판별하거나 그런 거 아닌가? 동족끼린 안 물고 있는 걸 봐선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싶은데. (네 이야기를 들으면서 빠루로 좀비를 쳐본다.)
빠루
기준치: 70/35/14
굴림: 87
판정결과: 실패
피해: 9
 
쥬드의 공격은 실패합니다.
 
좀비의 턴.
 
2를 공격합니다.
 
:
비무장
기준치: 30/15/6
굴림: 23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4
 
쥬드 :
민첩
기준치: 50/25/10
굴림: 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쥬드는 날렵하게 피합니다.
 
멜빈의 턴, 무엇을 하나요.
 
멜빈 리히터 :(드는 잡념을 지웠다. 지금은, 그런 걸 생각할 때가 아니야. 마음을 다잡는다. 감염자를 향해 다시 한 번 각목을 휘둘렀다.)
나무 둔기
기준치: 25/12/5
고장: 95
굴림: 24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4
 
좀비 :
회피
기준치: 25/12/5
굴림: 30
판정결과: 실패
 
멜빈의 공격은 성공합니다.
 
쥬드의 턴.
 
쥬드 :그래서 거의 끝나가네.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빠루를 휘두른다.)
빠루
기준치: 70/35/14
굴림: 68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5
 
좀비 :
회피
기준치: 25/12/5
굴림: 95
판정결과: 실패
 
전투 종료.
 
좀비들이 마침내 쓰러지고, 좁은 양호실 안은 짙은 혈향으로 가득합니다.
 
땀방울과 좀비에게서 튄 피가 한데 섞여 이마를 타고 흘러내립니다. (SAN 0/1)
 
멜빈 리히터 :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95
판정결과: 실패
 
쥬드 :언제 해도 기분은 참 별로란 말이죠. 자, 그럼 가볼까요.
 
멜빈 리히터 :(고개를 끄덕인다. 땀을 닦아 냈다. 서둘러 양호실을 찾는다.)
 
쥬드 :(대충 있을 거 같은 곳으로 걸음을 옮긴다.)
 
이 학교에 얼마나 많은 좀비들이 있을 지 알 수 없으니 또 다른 좀비들이 당신들을 향해 달려오기 전에 빠르게 양호실 위치를 확인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오후의 강렬한 햇살이 복도에 비치고, 일렬로 늘어진 교실을 지나면 [캐비넛]과 [사물함], [학교약도]가 보입니다.
 
멜빈 리히터 :(곧장 학교 약도를 확인했다.)
 
군데군데 묻은 핏자국과 그을림 사이로 희미한 글씨들이 보입니다.
 
별관의 양호실 위치를 알았습니다.
 
멜빈 리히터 :(외투로 핏자국을 박박 문질러 닦았다. 별관에 있는 것을 확인한다. 현재 위치와 대조해 본 후, 다른 말 없이 곧장 그곳으로 향한다.)
 
쥬드 :(찾았나? 하고 생각을 하면서 굳이 지금 소리를 낼 정도의 멍청이는 아니기에 그의 뒤를 따라서 간다.)
 
당신과 쥬드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양호실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정돈되지 않은, 크지 않은 양호실엔 [환자용 침대]와 [큰 서랍], [상자], [싱크대] 가 보입니다.
 
멜빈 리히터 :(가장 먼저 상자를 열었다. 쥬드에게도 다른 곳을 살펴봐 달라는 듯이 시선을 준다.)
 
쥬드 :(고개를 끄덕이곤 양호실을 둘러보다가 일단 소리가 나지 않게 문을 닫는다.)
 
책상 밑의 큼직한 상자를 열자 붕대와 소독솜, 소독약 등이 들어있습니다.
 
전부 챙겨가긴 어렵겠지만 언젠간 쓸모가 있을 것 같아요.
 
멜빈 리히터 :(적당히 종류별로 가방에 담았다. 한 움큼 쥔 게 전부였다. 그리고 곧장 큰 서랍을 열어 본다.)
 
당신은 책상 옆의 서랍을 열었습니다.
 
이미 누군가가 사용한 흔적이 있지만 남은 약들이 있네요.
 
서랍 안에는 아직 포장을 뜯지 않은 ‘소염진통제’ ‘해열제’ ‘소화제’ ‘제산제’ 등…
 
가지각색의 약 상자들이 들어있습니다.
 
멜빈 리히터 :(전부 쓸어다가 가방에 구겨 넣는다. 이런 일이 또 생긴다면, 약은 많을 수록 좋았다. 쥬드가 있을 곳을 돌아 본다.) 찾았어. 돌아 가자.
 
쥬드 :다 챙겼어요? 그럼 가죠. (적당히 둘러보며 챙길 것을 챙기곤 다시 살살 문을 연다.)
 
:행운 판정
 
멜빈 리히터 :
행운
기준치: 75/37/15
굴림: 1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탁, 하고 당신의 주머니에서 약 상자 하나가 떨어졌습니다.
 
다행히도 소리가 작아서 좀비가 이쪽을 돌아보지 않네요.
 
다행입니다.
 
좀비가 당신들을 발견하기 전에 빠르게 이동해야겠어요.
 
멜빈 리히터 :(곧장 캐럴을 두고 온 교실로 직행했다.)
 
쥬드 :또 싸우면서 갈뻔했네. (안심하며 교실로 돌아간다.)
 
당신과 쥬드는 가까스로 교실로 돌아왔습니다.
 
멜빈 리히터 :(돌아오자마자 캐럴의 상태를 살핀다. 바로 열을 확인한다.) 캐럴. 약을 찾았어.
 
캐럴은 다시 정신 조차 차리지 못하고 있네요.
 
쥬드 :일단 약 먹이고 보죠.
 
멜빈 리히터 :(생수를 열고, 해열제와 진통제를 정량대로 꺼냈다. 아이의 상반신만 일으킨다.) 캐럴. 약만 삼켜 보자. 괜찮아질 거야.
 
당신은 캐럴을 품에 안고 일으켜 챙겨온 약을 먹였습니다.
 
겨우겨우 삼키네요.
 
쥬드 :...이런 사람을 데리고 이동하긴 힘들 것 같은데… 일단 이 친구가 좀 괜찮아질 때 까지 기다려야겠네요.
 
멜빈 리히터 :차도가…. 있으면 좋겠는데. (초조함을 숨기지 못했다. 연신 손을 만지작거린다.)
 
그는 당신이 캐럴을 정성스레 간호하는 것을 바라보다 나지막히 말합니다.
 
쥬드 :당신은 저 여자애의 어디까지 믿습니까?
 
멜빈 리히터 :전부. (고민하지 않고 답한다.)
 
쥬드는 머리를 몇번 긁적이고 말합니다.
 
쥬드 :당신들이 둘도 없는 소중한 관계라는 걸 아주 잘 알겠지만.. 상황이 상황이잖아요. 이런 때일 수록 끝까지 믿을 건 나 하나 뿐입니다. 내가 왜 혼자가 되었겠어?
 
멜빈 리히터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겠지만….
내가 말했던 살고자 하는 의욕은, 캐럴라인 맥고윈에게서 나와.
…그런 거야.
 
쥬드 :에휴, 제가 뭐라 말을 얹을 입장은 아니니까. 일단 알겠습니다. 간호도 좋은데 쉬어가며 해요.
 
그는 그렇게 말하고 구석에서 자리를 잡고 누운 후 눈을 감습니다.
 
뜬금없이 그는 무슨 소리를 한 걸까요.
 
이런 상황일수록 캐럴과 서로를 의지하여 역경을 헤쳐나가죠.
 
….그런데, 그런데...
 
쥬드의말을 들어서일지, 아니면 요 며칠 계속해서 느꼈던 불안감인지, 계속해서, 마음 한구석이 먹먹한 느낌이 드는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멜빈 리히터 :(피곤했지만 자고 싶지 않았다. 슬슬 눈을 붙여야 컨디션을 조절할 수 있을 걸 알지만, 캐럴이 무력한 상황이니 도저히 편히 눈을 감을 수가 없었다.)
 
캐럴의 상태를 살펴보니 아까에 비해 열이 내리고 한결 편해진 얼굴입니다.
 
어느정도 괜찮아진 것을 확인하자 긴장이 풀리며 피로가 몰려오네요.
 
멜빈 리히터 :(안심했기 때문일까. 긴장이 풀리는 것과 동시에 졸음도 몰려 왔다. 자면, 안 되는데.)
 
당신은 밤새 걸은 후 제대로 잠도 자지 못한 채 좀비와 싸워야 했습니다.
 
피곤한게 당연하죠.
 
캐럴의 옆에 누워 그의 옆모습을 바라봅니다.
 
지금 잠에 든 캐럴은 무슨 꿈을 꾸고 있을까요.
 
그런 생각을 하며 캐럴을 바라보다 당신 역시 스륵, 잠에 듭니다.
 
...
 
당신은 잠결에 들려오는 소리를 듣습니다.
 
이 목소리는 쥬드와 캐럴의 목소리 같네요.
 
희미하게 눈을 떠보니 교실엔 두 사람이 없는게 복도로 나가 대화를 하고 있는것 같아요.
 
:듣기 판정
 
멜빈 리히터 :
듣기
기준치: 25/12/5
굴림: 31
판정결과: 실패
 
대화 내용은 들리지 않지만 점점 언성이 높아지는게 둘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멜빈 리히터 :(잠 기운이 지독했던 탓에, 목소리가 높지 않았더라면 다시 잠들었을지도 몰랐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알아차리자마자 번쩍 정신이 들었다. 캐럴을 걱정했기 때문이었다.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곧장 복도로 향한다.)
왜…. 뭐하는 거야, 너희들. 지금?
 
탕!!!!!!! 타앙!!!! 탕!!!!!
 
하고, 귓가를 찢는 총성이 울려퍼집니다.
 
당신이 황급히 교실 문을 열고 나가자 보이는 것은 새벽어스름이 깔린 복도에 총을 든 캐럴과,
 
...얼굴에 총에 맞아 눈도 채 감지 못한 채 즉사한 쥬드입니다.
 
당신과 눈이 마주친 캐럴의 눈동자가 흔들립니다.
 
멜빈 리히터 :캐럴? 무슨 일이야? (놀란 얼굴로 쥬드와 캐럴을 번갈아 본다.)
이럴 때가 아니지.
 
캐럴 맥고윈:이건, 이건... 내가 다 설명할게. 그게…
 
멜빈 리히터 :캐럴. 여기를 벗어나자. 괜찮아. (그렇게 말하면서도 목소리가 떨렸다.)
소리가 컸으니 곧 사람들이 몰려들 거야.
 
맞아요, 우리에겐 설명을 할 시간은 없습니다.
 
어둑한 복도 너머로 총성을 들은 좀비들의 무리가 복도 양쪽에서 당신과 캐럴을 향해 미친듯이 달려옵니다.
 
멜빈 리히터 :네가 그를 죽였다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겠지. (인상을 찌푸린다. 캐럴의 손을 잡고 뛰었다. 우리는 모두 가방을 매고 있나요?)
 
캐럴 맥고윈:...다 말해줄게, 이 상황에서 벗어나면.
 
한마리, 두마리…
 
우리가 가방을 챙길 틈은 없습니다.
 
눈으로 어림잡아도 스무마리는 넘어보여요.
 
교실 안으로 들어가려 고개를 돌렸지만 운동장쪽에서도 좀비들이 학교 건물로 달려오는게 보입니다.
 
도망가긴 이미 늦었어요.
 
이젠 어떻게 해야 할까요.
 
멜빈 리히터 :캐럴. 가방의 곰.
 
포기할까요?
 
멜빈 리히터 :곰 어디에 넣어놨는지 기억해?
 
캐럴 맥고윈:기억해, 그것보단 오빠... 달리자.
 
그런데 돌연 캐럴이 당신의 손을 잡아끌고 캐비넛으로 달려가, 당신을 캐비넛 안에 밀어넣고 문을 잠굽니다.
 
당신은 뭐라 저항할 새도 없이 캐럴에 의해 캐비넛에 갇혔습니다.
 
멜빈 리히터 :캐럴? 지금, 지금 뭐하는 거야?
 
문을 열려고 해보았지만 문 손잡이에 빗자루를 끼웠는지 아무리 애를 써도 열리지 않습니다.
 
캐비넛에 가로로 작게 난 틈을 통해 슬프게 웃는 캐럴의 얼굴이 보입니다.
 
멜빈 리히터 :(큰 소리를 내서는 안 된다는 걸 알지만, 연신 크게 두드렸다.) 캐럴. 이건 아니야.
 
캐럴 맥고윈:미안, 미안해 오빠...
 
그렇게 말한 캐럴이 꺼내드는 것은, 어제의 그 곰인형.
 
멜빈 리히터 :넌 지금… 몸도 엉망이고, 그리고. 이런다고 내가 안전해지지는 않아…!
그리고….
너도 날 두고 죽을 셈이야, 캐럴?
너도 알잖아…!
 
당신이 뭐라 말을 하지만, 그는 듣고 있지 않는 듯 어느새 복도를 가득 메운 좀비들 사이에 캐럴의 모습은 사라집니다.
 
그리고, 좀비들의 외마디 비명소리들 사이에 노랫소리가 복도에 이질적으로 울려퍼집니다.
 
멜빈 리히터 :알고 있잖아! 캐럴!
 
노랫소리가 점점 멀어져가고, 좀비들이 소리를 따라서 일제히 한 방향으로 이동하는 것이 보입니다.
 
멜빈 리히터 :살아 남은 자의 기분이 어떤지 알고 있잖아…! (죽은 이들이 자신을 주목해도 상관없다는 듯이 캐비닛을 두드렸다. 힘으로 열려고 들었다.)
 
노랫소리가 점점 멀어져가고, 좀비들이 소리를 따라서 일제히 한 방향으로 이동하는 것이 보입니다.
 
이제 복도에서 좀비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아요.
 
새벽의 캐비넛 안은 춥고 어둡습니다.
 
마트에서 인형을 챙길 때 부터 캐럴은 좀비들을 소리로 유인할 작정이었나봅니다.
 
캐럴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저 멀리서 발소리가 들리고...
 
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캐비넛의 문이 열리며...
 
당신 앞에는 온 몸이 피투성이가 된 캐럴이 서있습니다.
 
코와 입에서 피를 흘리며 당신을 바라보며 희미하게 웃는 캐럴을 바라보자, 당신의 머리에 이스트베일의 그 서재에서 보았던 문장이 스쳐지나갑니다.
 
[좀비는 감염자를 건드리지 않는다.]
 
아, 이제 갑자기 이상하게 굴던 캐럴의 그 모든 행동이 이해되었습니다.
 
당신의 눈 앞에 있는 캐럴은, 감염자입니다.
 
(SAN 1d3)
 
멜빈 리히터 :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99
판정결과: 실패
 
도대체 언제부터일까요?
 
캐럴은, 이제 곧 좀비로 변해버리는 것일까요?
 
혼란스러워하는 당신에게 캐럴은, 몇번 콜록이며 피를 토해낸 후에 말합니다.
 
멜빈 리히터 :왜… 말 안 했어.
 
캐럴 맥고윈:미안, 미안해...
 
멜빈 리히터 :뭐가 두려웠어? 난….
캐럴, 나는. 약해. 난 감염자가 두려웠던 게 아니야.
혼자가 되는 게 두려웠어.
일찍 말해 줬다면….
좋았겠지만…. 그래. 아무래도 됐어.
(주변은 살피지도 않고, 캐럴을 껴안는다.)
 
캐럴 맥고윈:(입만 벙긋거리며 말을 하려다 말기를 몇 번 반복하다 네 말이 끝나서야 네 꼭 끌어안으며 고개를 묻곤 조금 울먹거리며 말한다.) 마지막까지 비밀로 하고 싶었어...
 
멜빈 리히터 :안 돼.
갑자기 너를 보내게 되면, 내가 무슨 생각을 할 것 같아?
맥고윈들은 정말이지.
너희는 진짜… 못 됐어.
끝까지 곁에 있게 해 줘. 캘버리로 가지 않아도 돼. 내가 바라는 건 그것뿐이야.
2
 
캐럴 맥고윈:오빠... 나를 통해서 다시 오빠를 투영하게 만들어서 미안해.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일이라고 생각했어...
 
멜빈 리히터 :넌 나를 보호할 필요 없어. 내가 너를 보호할 필요가 없었듯이.
남은 시간을 너를 위해 써 줘. 곁에 있게 해 줘.
 
캐럴 맥고윈:가장 친했었으니까, 그래서... (투영하고 지키고 싶었을지도 모른다는 말은 하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
아직 해야하는 일이 많이 남았어...
 
멜빈 리히터 :말해 줘.
생각하고 있는 걸, 전부.
 
캐럴 맥고윈:...가면서 이야기 해줄게. 시간이 얼마 안 남았어.
 
멜빈 리히터 :네가… 그걸 원한다면. (착잡한 표정이지만 순순히 따랐다. 천천히 품에서 놓아 주었다.)
 
캐럴 맥고윈:...가자. (네 옷자락을 꾹 잡았다가 놓으며 다시 교실로 가 짐을 챙긴다.)
 
캐럴은 말없이 죽은 쥬드의 짐을 뒤져 식량과 약 등을 챙깁니다.
 
이젠 시체의 짐을 뒤지는것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잖아요?
 
그게 설령 자신이 죽여버린 생존자라고 하더라도 말이에요.
 
인간성을 잃어가는 캐럴이 낮설게만 느껴지는건 비단 그가 감염자라서, 라는 이유만은 아닐지도 모르겠네요.
 
멜빈 리히터 :(말없이 캐럴을 돕는다.)
 
캐럴 맥고윈:조금 빠르게 가게 될 거 같아. (짐을 챙겨들곤 학교를 나선다.)
 
멜빈 리히터 :(캐럴을 뒤따랐다. 그가 말을 먼저 꺼내주길 기다린다.) …….
 
6월 12일 6am
 
학교를 빠져나오자 동이 트고 주위가 환해지고, 쭉 이어지던 아스팔트 도로 대신 초원에 난 흙길이 보입니다.
 
원래 도로였을 길위에 자동차로 지나간 듯 풀들이 눌린 흔적이 있습니다.
 
….정말로 캘버리에 가까워 진 것 같아요.
 
길을 걸으며 한참을 말이 없던 캐럴은 마침내 입을 엽니다.
 
캐럴 맥고윈:잠에서 깨어났을 때... 그 사람이 내 가방을 뒤지고 있었어. ….내가 감염자라는 걸 알고, 우리의 식량을 훔쳐서 도망가려고...
 
멜빈 리히터 :…그랬구나. (그는 나와 함께 네 약을 구하러 가줬었는데.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입 밖으로는 꺼내지 않았다.)
 
캐럴 맥고윈:도망가려고 했어. 우리 물건이라도 돌려달라 했는데, 내가 감염자라는걸 오빠한테 말한다고 했어... 그래서, 나도 모르게...
 
그렇게 말하고 캐럴은 품 안에서 요 몇일간 붙들고 있던 노트를 꺼내 보여줍니다.
 
캐럴 맥고윈:이걸 완성하기 전 까진 아무것도 말할 수가 없어. 미안해...
 
멜빈 리히터 :일기 같은 거야?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이지만… 그걸로 네 얘기를 알게 되지 않길 바라.
네게서 듣고 싶어, 캐럴.
 
캐럴 맥고윈:내 얘기... 알겠어. 이거, 곧 완성되니까. 조금만 날 믿고 기다려 줄수 있어...?
 
캐럴은 당신에게 그저 기다려달라고만 말하면서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아요.
 
오늘 일이 아니었다면 당신에게 감염자라는 것을 끝까지 밝히지 않았겠죠.
 
...당신은 문득 쥬드가 당신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이 생각났습니다.
 
저 말은 어디까지 진실일까요, 당신은 아직도 캐럴을 믿을 수 있나요?
 
멜빈 리히터 :그래. (믿을 수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었다. 믿을 수밖에 없었다. 믿어야 만했다. 그렇게 정해져 있었다.)
널 믿어. 항상 그랬어.
 
캐럴 맥고윈:믿어줘서... 고마워. 끝나면, 다 끝나면 전부... 이야기할 수 있어.
 
각자 다른 생각과 불안감을 품고, 당신과 캐럴은 계속해서 걸었습니다.
 
한참을 걸어 정오가 될 때 쯤, 저 멀리 언덕 위로 십자가가 보여요.
 
언덕을 오르니 작고 오래되어 보이는교회가 나옵니다.
 
아까 본 십자가는 교회 지붕에 달린 것이었나 봅니다.
 
가까이 가 보니 좀비들을 막기 위해 창문에 나무 판자를 덧댄 흔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꽤나 오래 전의 것인지 먼지가 끼어 있어요.
 
캐럴은 지도를 들여다보다 당신에게 말합니다.
 
캐럴 맥고윈:이제 곧 캘버리가 나와. 여기서 잠깐 쉬었다가 해가 지고 이동하자.
 
멜빈 리히터 :(고개를 끄덕인다. 교회에 다가 섰다. 들어갈 수 있는지 살펴 본다.)
 
교회의 정문을 열자,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예배당 끝에 걸린 십자가입니다.
 
인기척이 하나 없는 예배당 안은 고요합니다.
 
예배당 맨 앞에 짐을 풀고 캐럴은 당신에게 말합니다.
 
캐럴 맥고윈:미안, 나는 이걸 완성해야 할 거 같아... 괜찮다면 안쪽을 돌아봐줄 수 있을까...
 
멜빈 리히터 :…힘들면 꼭 불러 줘.
(꺼림칙했지만, 그의 말을 따랐다. 형식적으로 안전을 확보한다. 이제 이런 걸 신경 써 봤자 챙길 수 있는 건 제 안전뿐이었다. 그래서 건성이었다. 감염자가 있다면 소리에 반응하겠지. 그런 생각에 적당히 예배당 내의 나무 의자를 쿵쿵 쳤다.)
 
예배당 안을 돌아봅니다.
 
예배당의 정면에는 [단상]이 있고, 위에달린 [십자가]를 중심으로 양 옆에는 [피아노]와 [계단]이 보입니다.
 
멜빈 리히터 :(십자가를 올려다본다.)
 
예배당 중앙에 걸린 십자가 입니다.
 
높고 까마득해요.
 
십자가에 손을 대어보니 어라, 뭔가 절그럭 거리는 소리가 납니다.
 
멜빈 리히터 :(절그럭? 호기심에 몇 번 더 움직여 보았다. 안쪽을 들여다본다.)
 
십자가의 뒷면에 손을 넣어보니 차갑고 울퉁불퉁한 감촉들이 느껴지는게…
 
열쇠묶음 입니다.
 
교회의 열쇠들을 여기에 두었나 보네요.
 
멜빈 리히터 :(쓸모가 있겠지 싶어서 챙겼다. 단상을 지나, 피아노와 계단으로 향할 생각이었다. 단상 앞을 지나가면서 손으로 그 위를 쓸었다.)
 
나무로 된 단상은 가슴께까지 오는 높이입니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먼지가쌓인 단상 위에는 성경이 놓여있습니다.
 
멜빈 리히터 :(종교는 평생 저와 거리가 있는 단어였다. 그래도 이런 때에 마주한 책이었고, 믿을 수 있으면 차라리 낫겠다는 생각에 적당히 펼쳐 살폈다. 구절을 하나 읽어 본다.)
(포춘 쿠키의 문구를 하나 고르는 기분이었다.)
 
먼지를 걷어내고 성경을 들어올리자 사이에 펜이 끼워져있습니다.
 
펜을 따라 성경을 펼치자, 마지막으로 예배를 드렸을 때 사용했을 구절에 밑줄이 쳐져 있습니다.
 
“여호와여 나를 버리지 마소서 나의 하나님이여 나를 멀리하지 마소서 속히 나를 도우소서 주 나의 구원이시여-시편 38장 22절”
 
당신은 이 문장으로 이 교회에서 마지막으로 드린 예배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세상의 멸망이 도래했으니 구원을 바라는건 어찌 보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네요.
 
멜빈 리히터 :…내 부르짖어 도움을 구하나, 주께서 내 기도를 물리치시며.
다듬은 돌을 쌓아 내 길을 막으사 내 첩경을 굽게 하셨도다.
(어디선가 들었던, 기억해 두었던 성경 구절을 회답하듯 소리내어 읊었다. 그리고 성경을 다시 덮어 버린다.)
(그대로 피아노 앞으로 향했다. 피아노를 살핀다.)
 
뚜껑이 닫힌 그랜드 피아노 한대가 놓여있습니다.
 
피아노 위엔 사람들이 사용했을 찬미가와 달력이 놓여있습니다.
 
날짜마다 엑스표가 쳐진 달력은 지금으로부터 일년 전의 것입니다.
 
달력을 넘기자 달마다 교회의 중요 행사들이 적혀있습니다.
 
하지만 좀비사태가 터진 이후부턴 각 날짜칸마다는 엑스표시가 쳐져 있는게, 마치 이 교회안에서 생존한 일수를 센 것 같습니다.
 
엑스 표시가 끊긴 날짜는 xx월 xx일, 좀비사태가 일어나고 대략 한달 후 입니다.
 
이 칸은 엑스 표시 대신 동그라미가 쳐져 있네요.
 
멜빈 리히터 :(동그라미가 쳐진 자리를 유심히 더 들여다본다.)
 
잘 모르겠네요, 그저 동그라미입니다.
 
멜빈 리히터 :(금방 관심을 거뒀다. 피아노 앞을 지나쳐 계단을 본다.)
 
좁은 나선계단입니다.
 
위층의 다락방으로 향하나 봅니다.
 
계단이 시작되는 곳에는 [기도실]이라는 팻말이 있습니다.
 
멜빈 리히터 :(캐럴이 있는 쪽을 응시한다. 열중하고 있을까? 올라 가는 사이에 행여나 그가 저를 찾을까 걱정하는 마음에서였다.)
 
그는 열중하고 있습니다.
 
방해하지 않는 것이 좋을 거 같군요.
 
멜빈 리히터 :(차마 방해하기 어려울 만큼 몰두한 얼굴이었다. 결국 다녀 오겠다는 말 없이 계단을 오른다.)
 
계단을 올라가자 문 하나가 있고, 그 문엔 기도실 이라 적힌 팻말이 걸려 있습니다.
 
그런데 문이 안에서 잠긴 건지, 잘 열리지 않습니다.
 
멜빈 리히터 :(잠깐 생각에 잠겼다. 몇 번 더 문고리를 돌려 열어 보려고 한다.)
 
열쇠가 있어야 할것 같아요.
 
멜빈 리히터 :(챙겼던 열쇠로 문을 열었다.)
 
당신은 아까 얻은 열쇠들을 하나하나 끼워 맞춰보았습니다.
 
몇번의 시도 끝에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엄청난 악취가 느껴집니다.
 
당신은 이 악취가 슬프게도 익숙합니다.
 
지독하게도 맡아온, 시체가 썩는 냄새입니다. (SAN 0/1)
 
멜빈 리히터 :
SAN Roll
기준치: 68/34/13
굴림: 63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은 눈살을 찌푸리고 소매로 입을 틀어막은 후 어둑한 기도실 안을 돌아보았습니다.
 
좁은 기도실 안을 열명 정도 되는 사람들, 아니, 이제는 썩어 백골이 되어가는.
 
시체들이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시체들의 정 중앙에는 그들이 마지막으로 피워낸 향로가 보입니다. 아마도 이 사람들은 교회에서 삶을 이어가다, 마지막 예배를 드리고 이곳에서 단체로 생을 마감했나 봅니다.
 
자신들이 믿는 신에게 구원을 바라면서 말이에요.
 
그들의 마지막 기도대로, 그들의 영혼은 구원받았을까요?
 
멜빈 리히터 :(캐럴은 이곳을 보지 않는 게 좋겠어. 그런 생각에 문을 다시 닫는다. 처음처럼 문을 잠갔다.)
 
슬슬 캐럴에게 돌아가는 것이 좋겠네요.
 
멜빈 리히터 :(바로 캐럴이 있는 곳으로 향한다. 그를 찾는다.)
 
당신은 캐럴에게 돌아왔습니다.
 
몸을 웅크리고 노트에 무언갈 적어내려가는, 이젠 익숙한 그 뒷모습이에요.
 
한참을 제 일에 열중하던 캐럴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당신을 향해 환하게 웃으며 말합니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캐럴의 환한 미소입니다.
 
캐럴 맥고윈:완성했어... 오빠, 드디어 완성했어.
 
멜빈 리히터 :(무엇인지 묻고 싶었지만, 재촉하지 않았다. 기뻐 보이는 얼굴에 저도 쓰게 웃는다. 가까이 다가 섰다.)
 
캐럴 맥고윈:이제 말할 수 있겠다... (수첩을 꼭 쥐고 기뻐하다가 이제서야 안심이 된다는 듯이 편하게 자리에 앉는다.)
 
멜빈 리히터 :(캐럴의 맞은편에 앉았다. 처음엔 의식적으로 지은 미소였지만, 이렇게 기뻐하는 얼굴의 캐럴은 오랜만이어서 정말로 기분이 나아지는 듯 했다.) 준비 됐어.
 
캐럴 맥고윈:조금... 믿기 힘든 이야기일 수 있어. 그래도... 믿어줬으면 좋겠어. 그러니까... 폐허가 된 연구실을 지나갔을 때, 거기서 한 문서를 읽었어. 그다음 잠들었을 때 꿈에 아름다운 남자가 나와서 거래를 제안했고...
 
멜빈 리히터 :폐허가 된 연구실…?
 
캐럴 맥고윈:응... 내가 악몽 꿨던 날이야. 거래의 내용은... 내가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다면 이 바이러스를 치료할 치료제를 만드는 법을 알려주겠다고... (말을 하면서도 혼나거나 화낼 것을 알기에 눈치를 보면서 말한다.) 그게 거래 내용이었어.
 
멜빈 리히터 :백신이 아니고, 치료제라면…. (어쩌면, 네게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왜 말하지 않았느냐는 등, 그런 추궁을 하기에는 다른 것이 더 바빴다. 고개를 끄덕인다.)
 
캐럴 맥고윈:바이러스에 감염되면 24시간이 지난 후 좀비로 변하지만... 치료제의 공식을 완성하기 위해서 100시간으로 늘려줬어... 그래서 지금까지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고...
 
멜빈 리히터 :넌? 그래서 너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거야?
 
캐럴 맥고윈:...좀비가 될 거 같아. 그래도, 치료제가 만들어지니까... 그 때까지만, 죽지 않고 버티면 괜찮을 거라 생각했어...
 
모든 사실을 알게된 당신은 떨리는 눈동자로 캐럴을 바라봅니다.
 
(SAN 1d3)
 
멜빈 리히터 :
SAN Roll
기준치: 68/34/13
굴림: 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3
 
이미 각오했던 일이라서 일까요, 당신을 바라보는 캐럴의 표정은 평온합니다.
 
말을 마친 캐럴은 손목시계를 들여다 봅니다.
 
캐럴 맥고윈:계약을 하고 100시간의 카운트다운을 맞춰 놨어. …이제 16시간이 남았네. 캘버리까지는 하룻밤만 걸어 가면 될거야.
 
멜빈 리히터 :치료제는 어떻게? 재료는 구할 수 있는 건가?
 
캐럴 맥고윈:응 다 구할 수 있는 것들이야. 그리고 다른 나라 언어들까지 적었어.
 
멜빈 리히터 :…다른 이들을 위해서?
캐럴.
재료를 지금 확인할 수 있을까.
왜냐하면… 안전 지대에서나 구할 수 있는 물건이라면, 어차피 그곳에 가야할 거고.
하지만….
가면 네가, 비감염자에게 다칠 수도 있어.
 
캐럴 맥고윈:이 근방에선 구하지 못해, 그리고 기계나 그런 것도 없고 실험도 안 해본 공식이고... 알아... 내가 다칠 수 있는 것도 알지만... 가야 해...
 
멜빈 리히터 :아니. 나만 다녀와도 돼, 캐럴.
다칠 수도 있는 게 아니라, 다칠 거야.
우리 둘 다 살 수 있다면, 그래야만 해.
 
캐럴 맥고윈:나는 들어가지 못할 거고, 오빠만 간다고 해도 완성 될 때까지 나오지 못할 거란 거... 알고 있지...?
 
멜빈 리히터 :완성… 오래 걸리는 거야? 지금, 확인하면 안 돼? 만약.
그걸로 널 도울 수 없는 거라면, 캐럴.
다른 이들은 어떻게 되든 상관 없어. 네가 희생할 필요 없었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라면.
날… 남겨 두지 마.
차라리 여기 계속 같이 있자. 아니면.
모르겠어. 네가 비감염자들에게 망가지는 걸 목격하는 게, 적어도 날 위한 일이라고는 하지 마.
 
캐럴 맥고윈:나는 불러준 대로 적기만 했었으니까, 의학적 지식도 없고... 그래서 잘 모르지만, ...조금 걸릴 거 같아.
나도 오빠는 혼자 남겨두고 싶지 않았어, 하지만... 안전지대로 가면 언니들도, 다른 사람도 있을 거고 거기가 더 안전할 테니까...
 
멜빈 리히터 :난….
너 마저 잃으면, 난. 살 수 없어, 캐럴.
이건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야.
그렇다면 그건 안전한게 아니야. 알고 있어?
 
캐럴 맥고윈:알고 있어. 알면서도 하겠다고 했던 거야... 그 과정들 중에... 오빠를 위해서 한다고 했던 게, 오빠를 위하던 게 아니란 걸 지금... 알았어.
 
멜빈 리히터 :우리… 그냥 여기 있자.
마지막을 어떻게 보낼지 함께 고민하자.
만약에 네가 원한다면, 어쩌면.
널 보내고 나서… 다른 사람들을 도와줄 수도 있겠지. 다른 살아갈 이유를 찾아보려고 애쓸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건 당장의 일은 아냐. 난 지금.
끝까지 너랑 있고 싶어.
 
캐럴 맥고윈:...무슨 뜻인지 알아. 하지만 그러면 내가 해왔던 일들이. 내 목숨이랑 바꿔 만든 일이 무너진다는 것만 알아줬으면 좋겠어. 더 이야기 하고 싶지만, 조금만 쉬어야 할거 같아서... 괜찮을까.
 
멜빈 리히터 :좋아.
여기에… 있게는 해 줘. (더 말 붙이지는 않겠다는 뜻에서 입을 다물었다. 미동없이 멀거니 앉아 있는다.)
 
캐럴이 당신에게 힘들다는 말을 먼저 꺼낸 것은, 이번이 거의 처음인 것 같네요.
 
힘들 만도 하지요.
 
바이러스에 감염된채로 그 ‘치료제’를 적어내리느라 캐럴은 몇날 며칠을 밤을 샜으니까요.
 
말을 없이 캐럴은 예배당 중앙에 옷가지 몇개를 펴고 그 위에쓰러지듯 눕습니다.
 
바닥에 누운 캐럴은 당신을 올려다보며 말합니다.
 
캐럴 맥고윈:(가만히 올려다보다가 네 새끼손가락에 제 손가락을 걸며 조심스럽게 말한다.) 오빠, 잘 자라고 해줘...
 
멜빈 리히터 :(마지막 인사 같아서, 아마 그럴 것 같아서 꺼내기 어려운 말이었다. 괴로운 표정을 숨길 수가 없었다. 목소리가 떨린다.)
잘 자, 캐럴.
자고 일어나면… 모든 게 다 해결되어 있을 거야.
 
당신의 인사를 마지막으로 캐럴은 눈을 감고 기절하듯 잠에 빠졌습니다.
 
예배당 안은 고요하고, 공기중에 부유하는 먼지들이 빛을 받아 반짝입니다.
 
창틈사이로 비치는 오후의 나른한 햇빛에 의해 십자가의 그림자가 예배당에 길게 깔리면서
 
십자가의 음영은 공교롭게도 잠든 캐럴을 가로지르네요.
 
잘 자라는 당신의 인사 때문일까요, 아니면 마침내 노트를 완성해서 일까요.
 
당신의 손가락을 걸고, 바닥에 웅크려서 곤히 잠든 캐럴의 모습은 그 어느때보다도 평온하고
 
성스러워보이기까지 합니다.
 
당신은 그런 캐럴을 가만히 바라보았습니다.
 
인류를 위해서, 그리고 무엇보다 멜빈, 당신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며 십자가를 지고 캘버리로 향하는 캐럴.
 
당신과 캐럴이 함께 할수 있는 남은 시간은 앞으로 16시간.
 
내일 당신이 잠에 들땐 캐럴 없이 혼자 잠들어야 할수도 있겠죠.
 
당신은 언제나처럼 잠든 캐럴의 옆에 누웠습니다.
 
눈을 감았다 뜨면 이 모든 것이 꿈이기를 바라면서요.
 
......
 
언제 잠이 든걸까요.
 
눈을 떴을때 가장 먼저 보이는건 당신을 내려다보는 캐럴입니다.
 
캐럴 맥고윈:잘 잤어, 오빠...?
 
해가 지는 시간인지 아직 잠이 덜 깨 흐릿한 시야에 보이는 주변은 온통 붉은 빛으로 일렁입니다.
 
멜빈 리히터 :……. (몸을 일으킨다.)
생각보다 개운해.
 
캐럴 맥고윈:오빠는 앞으로 어떻게 하고 싶어...?
 
멜빈 리히터 :읽어도 돼? 네가 적어온 것.
읽고…. 널 구할만큼의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면, 난 너와 이곳에 있고 싶어.
이후에는. 정말 말하고 싶지 않지만.
그 다음에는 네 기록을 의미 있게 쓸게. 원한다면 나도 살게.
 
캐럴 맥고윈:이건 마지막에, 마지막에 읽어주면 좋을 거 같아. 그리고, 여태까지 내 마음대로 했으니까... 오빠가 여기에 남고 싶다면 그 뜻을 존중할게.
대신, 살아주면 좋겠어...
소중한 사람이 죽는 건, 더이상 싫으니까...
 
멜빈 리히터 :(쓰게 웃는다. 심장이 긁히는 듯한 통증이 일었다. 슬펐다.)
그래. 넌… 말괄량이야. 정말 마음대로 했지. 내 처우까지도 네가 정하려고 했잖아.
알면 됐어…. 그렇게 할게.
끝까지 계속해서 이야기하자.
 
캐럴 맥고윈:(네 표정을 애써 무시하고는 손을 잡고 끌어당긴다.) 밖에 나가자, 같이 별 보고 싶어.
도망치느라 바빠서 볼 시간도 없었으니까...
 
멜빈 리히터 :(고개를 끄덕인다. 손을 잡은 채로 따라나선다.)
 
밤이 되고, 별이 하나둘씩 떠오릅니다.
 
자동차나 건물의 불빛도, 공장의 매연도 없는 밤하늘은 맑고 선명합니다.
 
쏟아질 듯한 별들로 가득한 밤하늘은 매우 아름다워요.
 
캐럴 맥고윈:와아... 예쁘다. (밖에 나와 적당한 곳에 앉아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다.)
 
멜빈 리히터 :(캐럴의 바로 옆에 앉았다. 한참 말없이 올려다본다.)
이대로 시간이 멈추면 좋을 텐데.
 
캐럴 맥고윈:그러게, 멈추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데, 멈추질 않네.
 
6월 13일 6am
 
저 멀리 지평선 너머에선 서서히 어둠이 걷히고 있습니다.
 
이 긴긴 여정의 끝이 보여요.
 
우리는 지평선을 바라보았습니다.
 
닿은 캐럴의 손은 이제 인간의 것이 아닌 것처럼 차갑게 느껴져, 당신은 캐럴의 손을 더욱 힘주어 잡았습니다.
 
저 먼 초원의 지평선 너머로 밤의 장막이 서서히 걷히며 해가 뜨고, 주변이 차츰 따듯한 빛으로 물들어갑니다.
 
두사람은 그렇게 손을잡고 동이 트는 것을 오래오래 바라보았습니다.
 
이 순간이 영원하다면 바랄 것이 없겠어요.
 
하지만 시간은 야속하게도 흐르고, 동이 튼 주변이 환합니다.
 
이제 남은 시간은 10분 남짓.
 
캐럴은 손목시계를 확인하더니 당신에게 노트를 건네줍니다.
 
캐럴 맥고윈:이젠 이별해야 할 때야. 약속해줘, 오빠는... 끝까지 살아남겠다고.
 
멜빈 리히터 :…그래. 건강하게, 제 명 다 누리고,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려고 해볼게.
 
캐럴 맥고윈:(시간이 얼마 안 남은 것을 알기에 이제는 물어볼 때가 된 거 같아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내가... 그렇게 변하면 오빠는 어떻게 할 생각이야...?
 
멜빈 리히터 :혹시 모르니까… 치료제, 제때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교회에 두고 싶었어.
하지만 네가 원한다면 그런 모습으로 변하지 않아도 돼.
 
캐럴 맥고윈:그랬구나. 들키지만 않으면 잘 살아남으면 될 거 같으니까... 내가 원한다고 달라지는 게 뭐가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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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빈 리히터 :없긴.
정말 원하지 않는다면… 가능성에 매여 있을 거 없이, 작별을 할 수도 있을 거야. 난 기왕이면.
희망을 보고 싶지만.
 
캐럴 맥고윈:희망을 보고 싶기는 하지만 이미 늦은 것도 같고... 목표로 했던 건 다 했으니까, 괜찮아. 나는 괜찮아, 오빠.
 
멜빈 리히터 :너만 괜찮으면, 그렇게 할게.
교회로 들어 가자.
 
캐럴 맥고윈:응, 그러자.
 
교회 안으로 들어간 두 사람.
 
캐럴은 조용하게 기도실로 올라가서 문을 닫습니다.
 
보여주기 싫은 모습이니까요.
 
멜빈 리히터 :다녀 올게.
늦더라도 반드시 돌아올 거야.
괜찮을 거야.
 
삑,삑, 100시간의 종료를 알리는 알람이 울리고, 안에서는 괴로움을 억지로 참는 듯한 소리가 들립니다.
 
이제 사람이었던 그는 없겠지요.
 
멜빈, 이제부턴 당신 혼자 걸어야만 합니다.
 
당신은 어떤 선택을 내리나요.
 
멜빈 리히터 :(영 힘이 없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이대로 주저 앉으면 편하겠지만, 그와 나눈 약속 때문에 기계적으로 몸이 꾸역꾸역 움직였다. 캘버리로 향한다. 캐럴의 짐에서는 문제의 그 일지만 챙겼다.)
(가는 길에 일지를 펼쳤다. 도착하기 전까지 읽어둘 생각이었다. 걷는다.)
 
당신은 캐럴이 남긴 노트를 펼쳐보았습니다.
 
한장,한장 노트를 넘기면 당신이 알아볼 수 있는 모국어로 적힌 것 외에도 프랑스어, 스페인어, 독일어, 중국어 등.
 
다양한 언어로 바이러스의 치료제를 만드는 공식이 빼곡하게 적혀있습니다.
 
당신은 노트를 빠르게 넘겨 마지막 장에 도달했습니다.
 
그리고 노트의 맨 마지막장에 적힌 것은...
 
멜빈은 둘이 걷던 길을 한참을 걸었습니다.
 
혼자서 한참을.
 
멜빈 리히터 :(가슴이 시큰거렸다. 이 감정에 관해서 더 생각하다가는 수몰될 것 같아서, 계속해서 의식적으로 머리를 비웠다. 혼자 나아가는 길에 주의를 두었다. 한 사람 분인 발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요.
 
캘버리 교도소, 당신들의 목적지인 안전지대가 보입니다.
 
이 긴긴 여정의 끝이 보여요.
 
작게만 보이던 캘버리는 이제 꽤나 시야에 가까워졌습니다.
 
당신은 눈 앞의 까마득히 높은 콘크리트 벽을 올려다 보았습니다.
 
호흡을 가다듬고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려옵니다.
 
비로소 당신은 안전지대에 도달했습니다.
 
수많은 생존자들이 당신을 반겼지만 당신 곁에 캐럴은 없네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함께한 것이 좀비 사태 이후 처음이건만, 당신은 그 어느때에도 느낀 적 없는, 사무치는 외로움을 느낍니다.
 
멜빈 리히터 :(피곤했다. 정신적으로도 지쳐 있었다. 사람들의 인사가 왱왱거리는 소음처럼 느껴졌다. 알아들으려고 애써야 했다. 겨우 입을 열었다.)
치료제…. 망할 치료제에 대한 단서가 내게 있어요.
도와 주세요. 당장 무엇이든 돕겠습니다. 적당한 설비만 갖추어져 있다면, 제가 도움이 될 거예요.
 
사람들은 우선 당신의 말을 듣고 모여듭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당신이 안전지대에 합류하고 수 주가 지났습니다.
 
연합정부는 노트의 내용이 치료제를 만드는 공식이라는 것을 처음엔 믿지 않았지만 몇몇 학자들이 이 공식을 본 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고
 
오늘, 처음으로 노트의 공식을 사용한 실험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치료제의 이름은 노트의 작성자인 캐럴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질 예정이라고 하네요.
 
그 과정 동안 수십개의 사본이 만들어지고 오늘에야 비로소 당신의 손에 노트의 원본이 돌아왔습니다.
 
노트는 여러 사람들의 손을 타 처음보다 더욱 낡고 너덜거립니다.
 
이것은 캐럴이 바라던... 그런 이야기일까요.
 
멜빈 리히터 :(언제든 이곳을 떠날 각오와 채비가 되어 있었다. 실험 중인 약이든, 완성된 약이든 제 손에 들어온다면 캐럴을 찾으러 갈 생각이었다. 계속해서 떠날 날짜만을 생각했다.)
 
END 1. 이것은 모두 너를 위한 선택.
 
멜빈 생환, 캐럴 ???